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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티비에서 흑백(이었던가???)으로 보았던 킹콩을
다시 본 것은
제주도.....모 영화관에서다.
올해 전라도를 강타한 폭설처럼
그해 제주도에 몇십년만의 폭설이 내려서
비행기도, 배도, 심지어 자동차까지
다 묶여버린 상황이고
우린... 그때 신혼여행중이었다.
공항에 나갔다가
하릴없이 되돌아온 우리는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밟으며
대책없이 걷기로했다.
제주는 눈대책이 약해서인지
거의 모든것이 마비되다시피했고
우리는....걸어서 시내로 짐작되는 곳까지 가서
영화관에 들어갔다.
그 곳은 '킹콩'을 상영하고 있었고
관객이 없어서인지
몹시 썰렁했고, 추웠다.
(상상해보시라. 썰렁한 영화관에 아침부터 신혼부부가 킹콩을 감상한다는 것을....)
영화를 관람하고나와
근처 횟집에 가서
썰렁한 회초밥을 먹으면서
초혼일까 의심되는 늙수그레한 신혼부부 한쌍과 함께
갑자기 친한 척하면서 같이 식사를 했던 기억까지....
그때 좀 더 로맨틱한 영화를 봤더라면
덜 춥지 않았을까...
지금도
눈이 예사롭지않게 펑펑 내리면
제주도의 그 길과
그 '킹콩'과
그 회초밥집이 생각난다.
19년이 지난 지금
킹콩을 보러가려고 표를 예매하면서
이번엔 영화관을 나서면
은아손을 꼭 잡고
뜨거운 국을 먹어야지...생각해본다
물론 눈이 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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