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섬 : inny

생각하는섬 : inny http://reedyfox.com/inny ko 팀블로그 생각하는섬, 아웃사이더 크리스찬들의 바닷가 신학교에서의 10년 -1-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35 재수생활은 겨울과 같았다. 난 새벽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주안도서관에 쳐박혀 있으면서
나무칸막이를 바라보며 여러가지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10년이 지난후에 정말 한가지도 그대로 이루어진것이 없다.
난 어느 명문대학에 가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유학을 가서 인텔리가 되어서,
영어를 섞어서 쓰며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한국에 멋지게
금의환향을 해야 했고 아마도 지금쯤이면 어디서든 여자들에게 인기있고,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야 하는데,

지금 난 전도사다. 내년이면 어디를 가야할찌 모르는 교육전도사, 신대원 3학년에 올라가는데
우리 장인어른은 신대원이 무언지 도무지 설명해도 모르시는것 같고, 자꾸 월급은 얼마 받냐고 물어보시고
난 여전히 가난하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가난할것이다.
인기라고는 우리 고등부 몇 남자... ]]> 헤드라인 최인규 2008-12-22T13:14:06+09:00 이름 모르는 일본의 어느 미녀 선교사 이야기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34 오늘로 한국에 온지 딱 한달이 되었다.
겨우 한해두달 있었을 따름인데 서른해 가까이 살 던 한국이 왜 이리 낯선지 매일 매일이 실수투성이다.
그저께는 내가 일본에 있을때 한국에서 기억해주었던 사람들 몇명을 만나
오이도에 가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데,
우리 일행중 한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그사람 애인의 확인전화다.
"지금 어디있어?"라고 묻자
'어 나 선교사님이랑 함께 있어!'라고 가볍게 끝는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견습선교'의 기간도 끝났을뿐 더러
일본에 '선교'하러 간것이 아니라고 애써 해명했는데
그는 그냥 웃어넘겼다.
나는 두볼이 뻘개졌다.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느 축축하게 비오는 날 西와세다의 사무실로 목사님이 오셨다.
그날 따라 조금 늦게 오신 그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늦게오셨어요?'라고 묻자.
아침 텔레비젼 방송을 보느... ]]> 헤드라인 최인규 2007-09-28T12:05:51+09:00 내가 나를 위해 기도하기도 지쳐있을때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33 일본에서 내가 가장 힘든때는
함께 일하기로 한 전도사가
온지 열흘만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난 후였다.

저녁에 집에 와서
방에 혼자 누웠는데
방이 이렇게 넓었나 하고 다시 불을 켜서 확인했는데
겨우 한사람이 없어졌을뿐인데
마음까지 횡해지고
때론 무서워졌다.
깊은 외로움 가운데로 난 꺼져갔다. 아래로 아래로.

이런 나의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기 힘들어서
난 일본에 친구도 없고
한국의 친구에게 네이트온으로 묻기도 어려워서
그냥 주저 앉아 기도하는데
한마디도 안나오는거다.

당장 주일날 아이들앞에두고 설교해야 하는데
전혀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참 거울을 보다가
내가 이런 현실을 나에게 주신 하나님에게 실망해있고
지쳐있어서
우울증에 걸려있다는것을 알았다.
혼자 진단을 내리고 스스로 처방을 내리는 환자다.

어... ]]> 헤드라인 최인규 2007-08-06T00:24:49+09:00 배형규 목사님의 순교에 애도를 표합니다.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32 배형규 목사님이 죽은날
나랑 우리 목사님은 마주 앉았다.

그는 정확히 우리 두사람의 신대원 중간기수 동문인지라
우리는 그의 이력을 알고
그가 갑자기
남의 일에서
우리의 사정으로 바뀌어서
참 우울해 있었다.

다른선교사가 순교한날
우리는 무슨 생각으로 밥을 먹어야 하나~

잠시후 문이 열리면서
우리 두사람의 기수를 합친것만큼의 오래된 선교사가 들어왔다.
소식 들었냐 하고 물었다.
네! 라고 하자.
어떠냐? 라고 나에게 물었다.
뭐 어떻하죠? 근데 전 순교하라면 못할것 같아요. 라고 비겁한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목사가 죽어서 다행이다.'
'원래 목사는 이럴때 죽어하는거야'
라고 어렵게 길게 말했다.

나는 창밖에 새로 세워지는 건물을 보면서
'글쎄요. 근데도 목사는 뭐하러 되려는지, 저는 모르겠어요'
라고 말했다.

배형규 목... ]]> 헤드라인 최인규 2007-07-29T22:52:29+09:00 비오는 날 가을을 생각하다.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31 * C대 캠퍼스로 들어서는 순간
온통 빨간 세상이 펼쳐져 있음을 느꼈다.

가을 저녁의 주황색과 붉은색 사이의 투명한 빛비침아래로
이제 막 뻘겋게 물들고 있는 단풍이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서쪽은 온통 따뜻한 붉은색이었다.

내가 무얼하러 그 곳에 들어서고 있는지 잊어버렸다.
그순간은

저 멀리서 그가 어서와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3번째에야
인규야라고 내 이름 부르는것을 알았다.

* 동경의 10M위에 세워져 천공의 섬처럼 이 도시를 허공에서 관통하는
수도고속도로를 타고 동경을 한바퀴 돌다가
아래쪽 세상을 보니 단풍이다.
이곳은 나무를 심은 시대도 제각각이고 수종도 갖가지라
노란색에서 붉은색까지 갖은 색채의 파노라마가 만들어진다.
꽃처럼 피어난다.

* 동사무소 근무를 마친 어... ]]> 헤드라인 최인규 2007-07-04T11:34:31+09:00 자장면에서 스테이크로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30 *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목사님 심방온다고 대문밖에서 서성이시던 아버지가 발작을 일으키셨다.
하필이면 심방날에 창피하게 이게 뭐야 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기도, 그리고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뒤섞인 기도를 하고 있는데
까만 양복을 입으신 삐적 마르고 금테안경을 쓰신 목사님이 들어오셨다.
부목사님이셨다.
난 담임목사님이 아니어서 적잖이 실망했다.
무언가 영발이 떨어진다고 믿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새로오신 교구 부목사님은 어설프고 젊은모습이 노련미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예배시간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이부자리에 누워계셨다.

예배가 끝난후에 부목사님은 나를 부르셨다.
교회로 돌아가는길이 헤깔리는데 역전까지만 데려달라고 하셨다.
난 이런 바보같은 어른이 도대체 목사까지 하다니 하고 생각하고선 겉으로는 ‘네! 제가 모셔드릴께요... ]]> 헤드라인 최인규 2007-06-19T18:51:03+09:00 동경에 있는 좋은교회 추천해 주세요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29 동경에 좋은교회 추천해주세요.

매주 주일아침이면 우리교회로 거의 같은 전화가 온다.
'지금 있는데서 가까운 좋은교회 추천해주세요'
비슷한 전화가 주중에는 한국에서 온다.
'우리 딸이 이번에 일본으로 유학가는데 건전한 교회 아시면
알려주세요. 동경에는 워낙 이단이 많다고 해서요'

나는 그 분의 숙소가 있는 곳에서 가까운 교회를 떠올리려고 노력하지만
쉬운일이 아니다.

일본 그중에서도 동경에는 수많은 한인교회들이 있지만
솔직히 추천해달라고 하면 한손에 꼽을만큼 어렵다.
신오쿠보를 중심으로 해서 워낙에 이단이 많고 (신오쿠보에 있는 교회라고 다 이상하거나
이단은 아니다.)
이단이 아니라고 해도 예배를 드린후에 무언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는 교회도 여럿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경에 있는 좋은교회를 다 아는것도 아니고, 동경의 모든 지... ]]> 헤드라인 최인규 2007-06-01T10:18:33+09:00 나의 후배의 글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28 이한결은 나의 학부 후배이자 현재 학사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군인이다.

이글은 장신대 게시판에 2007-03-18 23:08에 올린것을 퍼온것입니다.

***

1. 들어가며

1907년을 다시 되새기고 그 부흥을 다시 되살리자는 운동이 올해 들어서 많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이번 사경회 역시 그와 같은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1907년의 평양대부흥은 이 시대에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일까요? 역사는 항상 한쪽으로만 펼쳐져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양쪽을 모두 알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1907년 부흥의 부정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907년의 부흥운동에 긍정적... ]]> 헤드라인 최인규 2007-05-29T16:16:13+09:00 지난 3년간의 반성문-2002년 편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27 * 2002년-예배를 다시 드리다.

갑자기 교회에서 일이 없어지는것이 그렇게 나를 흔들줄은 몰랐다.

난 한번도 교회에서 주목받지 않은적이 없었는데

새롭게 회장단이 된 내 친구들은 친절하게도 ‘지난 한해 수고했으니, 올한해는 푹쉬어라’라고 말하면서 아무런 직책을 나에게 주지 않았다.

난 내가 총무임기를 마치고 다른사람이 총무가 된후에도

그 교회 청년부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으며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아지고 있음을 못참아했다.

‘역시 최인규가 아니면 안돼’

‘작년이 좋았어’

라는식의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한번도 못들었다.

내가 먼저 유도해본적도 있지만 번번히 실패였다.

난 교회 맨 뒷자리에 앉아서 예배 드렸다.

어느날 내가 정말 오랜만에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것을 깨달았... ]]> 헤드라인 최인규 2007-05-25T22:45:20+09:00 지난 3년간의 반성문-2001년 편 http://reedyfox.com/island.php/inny/126 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인기지향적인 사람이다.
그닥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특이한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후에 화려한 언변으로 내가 가고 싶은 길로 자신있게 끌고 갔다.
적어도 교회에서 난 거칠것이 없었다.

한해정도의 방황을 끝낸 나는 다시 교회 청년부로 깜짝 복귀를 신고했고
청년부 동기들은 그 다음해에 회장단 총무를 시켜주는 것으로 응답해주었다.

* 2001년-성장제일주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다.

청년부 총무의 임기를 2001년 1월 1일로 시작하고 나자 마자 그 다음주 주일이 되어서 사람들앞에서 광고를 하고 난후 난 두가지를 분명히 알았다.
그건
‘나하나의 의지나 힘으로 청년부가 어떻게 바뀌는것은 아니구나’라는것이고
‘사람들앞에서 그것도 아주 많은사람들앞에서 이야기한다는것은 흥분되는 기쁨이다’
라는것을 말이다.

그후의 시간... ]]> 헤드라인 최인규 2007-05-24T21:23:49+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