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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아시스  
 리디  posted at 2003-08-15 04:02:38
3665 hits  0 comments
 http://www.reedyfox.com NeWin reedyfox is level 39  llllllllll 
 퍼머링크 : http://reedyfox.com/island.php/column_etc/15  [복사]

조약돌의 글을 리디가 대신 올립니다.




** 오아시스..
    내가 8월 15일만을 기다려 온 건 솔직히 이 날 보고싶은 영화가 몇개 (알고봤더니 두개 뿐.. -.-;) 개봉하기 때문이었다. 인썸니아와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이제는 감독으로 불리운다. 예전엔 작가였는데.. -.-;)은 96년 학교에서 글과 삶 시간에 과제로 단편집 '녹천에는 똥이 많다.'를 읽고 수업시간에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시간을 가졌을 때 만났었다. 나나 그 사람이나 서로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억지로라도 나와 연관을 맺어보려고 하는건 괜한 욕심일까? ^^;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냐고? 뭐, 그냥 아자씨지 머..

    암튼, 그동안 탄탄한 시나리오로 승부해 왔던 감독이었기에 무지 기대하구 영화를 봤다.

    나이만 먹었지 여전히 애같은 설경구.. 나 이 사람 무지 좋아한다. 매끄럽게 생긴 미남도 아닌 그냥 어디서건 볼 수 있을 것 같은 외모에, 어떤 역이던 멋들어지게 소화해 낸다. 이번 오아시스에서도 정말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완벽하게 별 세개 단 역할을 소화해냈다. 이 사람.. 진짜 연기 쥑인다. ^^;

    그리고 예쁜 얼굴을 가지고 그렇게 리얼하게(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울정도로까지) 소아마비 장애자를 연기한 문소리도 기특(?)하다.

    왜 감옥엘 세번이나 다녀온,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신연령이 그렇게도 낮은 사내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을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계속 든 물음이었다.

    영화 속, 더 이상 손님 안 받는다며 내쫓던 가게 아줌마나 '그래, 이런 사람에게 성욕이 생기냐?'라고 묻던 경찰의 모습속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나의,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반영되어 있었다.

    그래서 감독은 아마도 정상적인 (정상적이라는 말은 단순히 대다수이기 때문에 붙여지는게 아닐까?) 사람들로는 '공주'를 사랑하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회의 눈으로 보면 구제불능인 설경구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는지 모른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장애인들을 품어야 하는 걸까? 왜 소수인 이들을 위해 그렇게도 많은 돈을 들여 편의시설들을 만들어야 하는걸까?' 유물론적인 사고방식이라면 이들은 단지 진화가 덜 된, 하나의 불량품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불량품은 소각시키듯 이들에게도 같은 행위를 해도 뭐라 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솔직히 다른 종교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기에 단정할 순 없지만, 기독교적 가치관이 '인간 자체에 대한 존엄성'을 세우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종교적 우월성으로 보아야하나? -.-;) 암튼 기독교만큼 사람 자체에 무게를 두는 종교는 없지 싶다. 한 사람 때문에 위에서 신이 내려와 죽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과연 나를 포함하여 소위 크리스챤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왔냐 이것이다. 대부분이 똑같지 않은가? 동정심은 느끼지만 정작 대하게 되면 피하고, 찡그리고.. 겉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그 안에 있는 생각까지도 어린아이와 같을 것이라고 오해하고.. 마치 아이 다루듯이 하고.. 왜 하나의 인격체로 못 대했는지..

    솔직히 더이상 얘기가 발전하면 나에게 돌아올 양심적 가책이 너무 심할 것 같아 여기서 멈추어야 할 것 같다. 나도 똑.같.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머리도 아프고.. ^^; 깊은 사고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요즘이다. 뭐 자세한 내용이 궁금함 오아시스 홈페이지에 가 보시라. ㅋㅋㅋ


** 영화로 되돌아와서..
    영화를 보면서 눈이 시큰해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나쁜 감독은 한껏 맺힌 눈물을 못 흘리게 만든다. 그럴때마다 어색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분명 상황 그 자체는 웃음을 자아내는데,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감독이 난 밉다. 그래서 내가 이 사람 좋아한다. ^^;

    최근에 본 한국 영화 중 봄날은 간다.. 이후로 아니 가장 나에게 어필한 영화다. 오.아.시.스...

    다들 꼭 한번 봤으면 좋겠다. 촉촉한 영화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밤에....(200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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