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섬 바닷가 - 책을 팔아 밥을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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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팔아 밥을 사다

   posted at 2004-07-29 23:34:22
2954 hits  1 comments

is level 0  llllllllll

퍼머링크 : http://reedyfox.com/island.php/june/172 [복사]
http://reedyfox.com/island.php/june/172

오늘 저녁은 특별히 맛있었다
수험을 위해 산 삼만이천원짜리 책을
딱 절반으로 잘라 일만육천원을 받고 팔아
그 돈으로 사먹은 끼니였기 때문이다

책값이
알뜰하게 그릇에 담겨지고
입 안에서 씹히고
뱃 속에서 소화되는 동안

나는
조장(鳥葬)에 참여하는
새가 된 기분이 들었다

"영혼이 떠나간 텅 빈 육신이
저렇게 하늘로 떠나간다"고 남은 사람들은 생각한다지

실은 지상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사는 날짐승들의
배만 불려줄뿐인 죽은 이들의 몸뚱아리들

먹기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볼품없는 날개를 펼쳐 바람을 거스르며 올라가는 하늘길

오늘은 몸 속에 더해진 책의 혼기(魂氣) 탓인지
포만감이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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