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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전 나는 간호사에게 거짓말을 했는데,
그것은 끼니를 거른 이유로 거절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왼 팔에서 샘플 혈액을 10ml 정도 채취하고,
다시 오른 팔에서 옆에 세팅된 기계 덩어리와 내 몸속에서 흘러나온 혈액을 주거니 받거니 하기를 한 시간.
혈소판만 좋아하는 이 기계는 성미가 급해서
조금만 내가 주먹을 쥐고 펴기를 천천히 하면 영락없이 삑삑거리며 굵은 바늘이 꽂힌 오른팔에 힘을 더 줄 것을 독촉했다
추위를 느끼지 않느냐고 손을 잡아주는 간호사의 몸에서 전해오는 온기가 낯설게 느껴질 만큼 따뜻했지만, 나는
괜찮노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입술이 저리고 얼굴이 뻣뻣해지는 느낌에 어색해하고 있는데, 옆의 기계도 힘이 드는지 이따금 내 오른팔을 꼭 쥐고 있던 두툼한 압박밴드의 힘을 풀며 한숨을 길게 푸-하고 내쉬었다.
헌혈이 끝나자 투명하고 단단한 느낌의 비닐 백에는 아직 온기를 잃지 않았을 혈소판 액이 봉지의 3분의 1쯤 채워졌고, 바늘이 꽂힌 오른 팔 접히는 부분 가운데에 선명한 바늘 자국과 검푸른 피멍이 그 주위로 동그랗게 새겨졌다.
처음으로 혈소판 성분헌혈을 했다. 지혈이 잘 되지 않아 애를 좀 먹은 것 빼고는 다 괜찮았다. 혈소판은 백혈병을 앓는 이들 등에게 필요한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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