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원의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 대한 견해표명에 대해 리디형제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몰염치함'을 이유로 비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절박하다는 이유로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의 권리를 사표라고 폄하하는 것에 대해 분노해하고 있구요(맞습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지난 97년 대선 때 있었던 어설픈 논쟁에 제가 끼어든 생각이 납니다. 그때 저는 어떤 여자 분과 저녁을 함께 하다가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인제의원을 비난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비난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그녀의 마음을 굳힌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후보가 될 사람이 경선 결과에 승복하는 '정직함'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반대이유로 정직성과 도덕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더군요(당시 이회창후보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 문제로 고전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반대이유로 거짓말쟁이이고 거짓말쟁이인데다 거짓말쟁이이기까지 한 '김대중'은 도대체 지지할 리도 지지할 수도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듣고 제가, '그럼 왜 그 '정직과 부정직'의 잣대는 한 후보에게는 그렇게도 너그럽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유시민의원의 발언이 열린우리당의, 아니 소급해 올라가면 지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후보가 대통령 후보경선을 승리하여 민주당의 공식 대통령후보로서(왜 ‘공식’이란 표현을 구태여 쓰는가 하면 비공식적으로 민주당의 후보를 정*준 후보로 삼기를 소망하는 다른 많은 민주당내 구성원들이 계셨으므로) 선출되어 대외활동을 시작한 때로부터 2004년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민주노동당에 대한
공식화/이슈화 할 수 있는 첫 번째 것이었다는 데에 주목합니다.
그렇다면 유 의원의 발언에 대한 당부를 검토하는데 있어서는 당연히 이에 대응하는, 그러니까 민주노동당의 무려 3년에 걸쳐 축적된 대 노무현, 그리고 대 열린우리당 발언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그 맥락과 시간적 순서를 빠뜨리지 않는 선행 작업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맙게도 유시민의원이나 노무현대통령이나 3년 전과 지금의 정치적 포지셔닝이 다르지 않고, 민주노동당의 사람들 역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흩트리지 않았으니, 응당 이 문제는 위에서 제가 언급한 순서에 의거하여 거꾸로 살펴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하여, 민주노동당의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3년간의 발언은, 세세하게 논거를 열거하여 적는 것이 도리이겠으나, 대부분의 발언을 포함할 수 있는 아래의 발언을 대표하여 적겠습니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는 양적 차이지만, 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차이는 질적 차이이다"
"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도 맞지 않고, 사상과 이념적 차이가 크다"
-민주노동당 경남도지부 임수태 지부장의 2004년 3월 20일 발언 중에서-
지금 유시민의원의 민주노동당의 발언에 대해 ‘지나쳤다’거나 ‘너무하다’ 거나 ‘몰염치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그리고 리디형제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너무나 다른 정당을 이번 기회에 1인2표제를 한다는 제도를 통하여 동시에 지지할 수 있습니까? 이 문제에 대한 입장정리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열린우리당과 노무현과 유시민의원과 그리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자기모순일 수밖에 없으며 어떠한 설득력도 薄할 수 밖에없습니다. 法學答案 많이 작성해 보셔서 아시겠죠? 이부분에 대한 설득력있는 답을 내놓을 수 없는 상태에서의 양 정당에 대한 동시지지는 구체적 타당성은 기할 수 있을지 모르나 논리적 일관성을 떨어뜨려 답안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2003년 사법시험2차 답안에 대한 송덕수 교수의 강평 중에서 인용). 그것에 대한 치열한 검토 없이
열린우리당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의 대의를 달성하기 위해, 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역구 표를 '희생'하는 사람은 없다. 정당투표를 넘어 지역구 표까지 민주노동당에 던지기로 마음을 굳힌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민주노동당에 대한 전략적 지지를 넘어 의지적 지지자라고 간주해야 할 것이다.
-리디형제의 83번 글 중에서-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정동영 발언’에 흥분한 나머지 저 ‘한나라’당에 표를 주어 자신의 적의를 실현시키겠다고 벼르시는 60대 어른들의 분노만큼이나 속터지게 답답하고 고민 없는 대거리 밖에는 될 수 없다 비판할 때 무어라 말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이 너무 쉬워 저는 당혹스럽습니다. 혹시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정책적 선명성으로 경쟁하는 모습이 보기 좋을 것 같아서, 같은 (제가 보기에도) 보기 좋은 밑그림을 그려놓고 거기에 머물러 계시진 않으십니까. 맞습니다. '정책으로 싸움질'을 해야할 만큼 양 정당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꾸준히 노무현을 이회창의 50%~60%쯤으로, 열린우리당을 한나라당의 50%~60%쯤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평가에 동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열린우리당을 통해 해낼 수 있는 가능성에 자신의 표를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기초한 민주노동당의, 그리고 그 지지자들의 노무현과, (유시민을 포함한) 열린우리당과, 그들의 지지자들에 대한 정치적인 비난과 발언은 무척 많았습니다. 만일 리디형제가 지역구의 열린우리당후보에게 기꺼이 한 표를 줄 의향이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지난 3년간의 민주노동당의 노무현에 대한 약간 모자란 이회창과, 약간 모자란 한나라당이라는 발언에 얼마만큼 지금처럼 부적절함을 느껴왔습니까. 민주노동당의 선명성에 대해 우리는 앞에서 제가 이야기한 여자 분처럼 너무나 '너그럽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것은 이번 총선에 기필코 원내정당을 실현하고야 말 민주노동당에 대한 책임을
이틀 쯤 먼저 묻는 것도 될 것입니다. 비겁한 일이 될 듯 싶어, 그리고 논의주제에 벗어나는 일이 되겠기에 정치세력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는 諸 문제에 대하여는 이 주장에 대한 논거로 삼지 않게습니다(그리고 이것은 리디형제를 마음아프게 하는 일이 될듯하니까요).
역설적이게도 저는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정당 자체에 대한 매력이 지지자들의 행태가 주는 반감에 떠밀려 상쇄되는 이상한 경우를 자주 보아왔습니다. 여기에는 너무 똑똑하고 주도면밀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행복한 고민도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을 떠오르게 하는 박근혜'라는 이유 때문만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영남의 알게 모르게 많은 일부 유권자들처럼, 사람들이 특정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참으로 단순하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방기한 민주노동당의 책임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난 탄핵안 가결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역시 일관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민주노동당의 가장 설득력 있는 논증자라 생각하는 진중권의 말이 엉뚱하게도 월간 말 같은 잡지가 아니라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를 채우는 것을 봅니다. 이것은 결코 진중권이 실언을 자주하는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기때문도, 경우에 따라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람이기때문도 아닙니다. 中華의 입장에서 오랑캐는 東夷든 西戎이든 南蠻이든 北狄이든 오랑캐일 뿐이며, 그런데 불행히도 ‘오랑캐’들은 중화의 입장에서는 같은 오랑캐라 하더라도 서로 힘을 합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입장과 유래를 달리하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남’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총선이라는 전쟁에 목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쟁은 그 속성상 패자와 승자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질 수밖에 없으며, 299명의 승자가 그리게 될 지도에는 불행하게도 우리 모두의 삶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리디형제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전쟁을 너무 낭만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리고 이 전쟁에서 저 ‘한나라’당이 다시 영남석권을 발판삼아 130석, 150석을 가져가려하고, 김문수, 이재오, 정형근, 김용갑이라는 일세의 ‘영웅’들이 다시 17대국회에서 4년간의 면책특권과 우리가 우리 손으로 쥐어준 무기를 집으려 하고 있습니다. 현직 열린우리당 유시민의원이 여기서 무엇을 말했습니까?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착실히 제 길을 걷었습니다. 이제 와서 거품을 깨닫자 정당을 보라는 것도 아니고, 정책을 보라는 것도 아니고, 인물을 보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자기당이 1당이 안될 것 같다는 이유로 타당 지지자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것은 아무리 곱게 보려해도 싸가지가 없습니다.
-리디형제의 83번 글 중에서-
맞습니다. 유시민 의원은 지금 ‘남의 떡’에 손을 대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 알만한 유시민의원이 왜 그런 ‘몰염치’한 짓을 하는 걸까요. 아마 굉장히 다급했나보지요. 그래서 배울 거 다 배운 유시민의원도 저런 구걸행각에 나서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에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제일과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구정당의 청산을 제일과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며 어느것에도 더 점수를 매기기 쉽지 않은 모두 중요한 문제들입니다.
민주노동당이 할 수 있는 일들 가운데 몇몇은 열린우리당이 할 수 없는 일이겠으나, 이는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이 할 수 있는 일들 가운데 몇몇은 민주노동당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정치세력을 당장 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확보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정책적 선명성의 문제 자체가 아닙니다. 열린우리당이 무슨 진보정당이냐, 열린우리당이 서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해왔냐고 비판하는 것은 모든 정당이 하는 일은 모름지기 민주노동당의 그것에 견주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정당이 할 수 있는 좀 더 다른 일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관용은 마땅히 자신의 지지정당을 천명하기에 앞서 배워야 할 것입니다.
거대 보수정당이 한나라당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일은 열린우리당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정당에는 아직 '쓸만한' 인물들이 제법 있습니다. 왜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문성근 같은 이들이 민주노동당 같은 분명한 진보정당을 놓아두고 그 욕을 먹어가며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린우리당의 선전을 위해 분투했겠습니까. 문성근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가능성에 자신의 지지를 거는 적어도 수적으로는 민주노동당의 지지자를 압도하는 사람들은 열린우리당을 '이용'하여 해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어느 누구도 감히 폄하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매번 이렇게 누구 떡인지가 애매한 사정에서 써왔던 방법이 열린우리당같은 비슷하게 생긴 떡을 먹는 사람들을 2% 부족한 한나라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변함없이 사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엄연히 정치정당임에도 ‘기존’의 정당과 다른 정당이라고 늘 이야기하는 민주노동당의 가장 ‘정치적인’ 발언이며, 이것 역시 그 '몰염치함‘에는 유시민의원의 급하다고 남의 떡에 손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민주노동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방법을 이야기함에있어 생기는 소소한 오해의 거리들을 어찌하지 않고 놓아두는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도 달라보인다구요? 그것에 대한 설득력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노동당에 아직까지 현직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인데, 이제 그 차이는 며칠 뒤면 없어질 것이며 그리하여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에도 ’양적‘ 차이만 있을 뿐인 旣成 정당이 되는 데는 마침내 성공하고야 말 것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전에 유시민의원은 SBS의 토론에 패널로 참석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시대정신이 낳은 미숙아'라고 인용하여 표현한 바 있습니다. 저는 이 평가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에 그대로 '드리고' 싶습니다(이것은 제가 그 평가를 모욕적으로 생각하기는 커녕 그 속의 품은 뜻을 퍽이나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이 정당의 형태로 존재해 왔음에도 국회의원을 얻지 못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시대를 조금 앞서서 태어나 정당의 옷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그 민주노동당이 드디어 자당출신의 국회의원을 탄생시키려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저는 이것이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을 보는 것 만큼이나 감격스럽습니다). 이에 대한 유시민의원의 견제는 그리하여, 시기적으로 나쁠지언정 그 내용으로서는 언젠가 나올 수 있는 열린우리당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예상할 수 있는[plausible] 발언이며 이것이 부도덕하다는 취지의 비난을 살만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그간 해왔던 '견제'에 '견주어' 볼 때 더욱 그러합니다. 이것에는 무엇보다 유시민의원의 발언에 대한 비판에 열린우리당의 단점을 떠밀어 넣는 식의 문제제기 방식이 갖는 난삽함에 대한 저의 비난이 들어있음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짧게 다시 적습니다. 유시민의원에 대한 비난의 핵심은 노력하지 않고 반사표를 얻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2002년부터 오늘까지 민주노동당의 노무현과 유시민을 포함한 열린우리당에 대한 정치적 반응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에 대하여 유시민의원이 17대국회의원선거 며칠 전 민주노동당에 대해 대꾸를 했습니다. 이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합니다. 특히 이를 조선일보 같은 권력기관화된 언론이 악의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정신이 다 아득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구걸이라거나 싸가지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매우 부당합니다. 그것은 ‘한 정당’에게만 유달리 ‘너그러운’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근데...社主의 견해와 다른 글을 써도 괜찮을까...밥줄이...(요건 리디 속상하지 말라고 딴에는 우스개로 넣은 혼잣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글이 부족해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본래 칼럼에 들어가는 글은 일주일을 간격으로 주중에 제가 노트에 아웃라인과 핵심문장을 정리하고(이것은 제가 주말에 부모님 집에 가서야 비로소 편히 컴퓨터를 이용한 글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찾은 뒤 쓰여집니다. 그런데 이번 글은 15일 있는 선거와 뒤늦게 안 유시민의원의 말, 그리고 그에 대한 리디社長의 글을 한꺼번에 헤드라인 글을 올리다가 알게 되어서 연습글도 없이 한번에 써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읽으시느라 눈 아프셨을 텐데, 부족한 글을 올려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그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명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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