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장로교 병원에서 강의를 할 때마다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은 어떤 병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 신산통(renal colic), 산통, 심장마비 모두 끔찍한 고통이다. 그러나 나는 호흡 곤란(dyspnea)을 무엇보다 가장 끔찍한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이 끔찍한 광경을 자주 목도한다. 숨쉬기를 극도로 힘들어 하는 환자는 말할 때면 짧은 어구를 띄엄띄엄 힘들게 말하고, 음식물을 삼키는 몇 초 동안 숨을 쉴 수 없는 것이 고통스러워 느릿느릿 조금씩 먹는다. 그리고 특유의 불안한(심지어 두려움마저 불러일으키는) 소리와 광경을 연출하며 고통속에 빠진 폐로부터 공기를 내보내고 다시 들이마신다.
질병의 종류에 따라 호흡 곤란의 양상도 다르다. 각 질병의 고통스러운 호흡 패턴과 상태에는 너무나 뚜렷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따금씩 환자가 있는 방에 들어서기도 전에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울혈성 심부전증(congestive heart failure) 환자는 폐에 물이 차서 말 그대로 물에 빠진 것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매우 급하게 숨을 몰아 쉰다. 정상인 폐포의 수가 온몸에 산소를 공급하기에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천식의 경우 공기를 폐로 들여보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내보내는 데는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기도의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서 환자는 씩씩거리면서 막힌 통로를 통해 공기를 내보낸다. 끝도 없이 길게 느껴지는 날숨이다. 만성 폐쇄성 폐 질한(chronic obstructive lung disease, 분비물과 상처난 조직으로 인해 폐가 딱딱하게 되는 병) 환자는 팔로 탁자 등을 짚고 몸을 앞으로 구부린 채 날숨을 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숨을 내쉴 때마다 휘파람 소리 같은 특유의 소리가 난다. 환자가 숨을 내쉬기 위해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기 때문이다. 공황 발작 직전의 불안에 빠진 환자는 입을 크게 벌린 채 통제할 수 없는 숨을 급하고 깊게 쉬는데, 호흡이 너무 빨라지면 현기증을 느끼다가 기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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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Last Breath", Architectural Stained Glass. Ellen Mir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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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사들이 환자를 돌보면서 경험하는 광경과 소리 중 가슴에 가장 깊게 와 닿는 것은 바로 임종 때의 호흡이다. 간헐적이고 깊은 이 호흡은 임종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한 숨과 다음 숨 사이의 간격은 수 초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들숨과 날숨 후 5분 안에 더 이상 호흡이 나타나지 않는다. 죽어 가는 모든 사람들의 마지막 숨소리는 섬뜩하리만큼 똑같다. 이 마지막 호흡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개인의 마지막 활동이다. 비록 호흡이 멈추고 나서 수분 혹은 수시간동안 심장이나 뇌에서 이따금씩 전기적 활동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죽은 상태이다. 인턴 시절 나는 이 ‘쉭’ 하는 마지막 숨소리가 영혼이 육체를 떠나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이 생각을 다른 동료 인턴들에게 나누어 본 적은 없다.
원문 출처 :
Eve's Rib : The New Science fo Gender-Specific Medicine and How It Can Save Your Life. Marianne J. Legato, M.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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