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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형제님의 글을 허락받고 올립니다.
====== 언제부턴가 청년부예배서 자연스레 쓰이기 시작해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멘토'라는 말에 대해 궁리해 보았습니다======
멘토라는 말은 영어 mentor를 명사로, 멘토링이란 말은 이 mentor를 동사로 써서 동명사적으로 뒤에 ing를 붙인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잖게 하셨을 거에요. 하지만 이 멘토라는 단어는 생각만큼 보편적이거나 쉬운 수준에서 등장하는 어휘는 아닙니다.
원래 멘토는 '스승'의 뉘앙스를 갖는 보통명사가 아닌 특정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입니다. 혹시 멘토란 단어를 보았을 때 궁금증이 나서 영어사전을 찾아보신 분이라면 소문자가 아닌 대문자 M으로 시작하는 멘토를 발견하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멘토는 다름아닌 과거의 사람 이름이었던 것이죠.
그럼 멘토라는 인물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을텐데요, 그의 이름이 등장한 곳은 BC8세기~9세기에 활동했던 유럽문명 최고의 서사시인이라 불리우는 호메로스(Homeros, 영어식표기법으로는 Homer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호머, 라고 하면 Bart Simpson의 아버지인 Homer Simpson이 먼저 떠올라서...누군지 모르시면 대략 낭패...)의 불후의 저작물인 오디세이아(Odysseia)속에서 입니다.
오디세이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그리스군의 트로이 공략 후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해상표류의 모험과 귀국에 관한 이야기를 40일간의 사건으로 구성한 서사시입니다.
멘토는 바로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게 되자 자신의 집안일과 아들인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부탁하는 신의가 두터운 연장자이자 친구입니다. 바로 여기서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이자 스승'이라는 의미가 나오게 된 것이죠.
이후 위와같은 '멘토'라는 사람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보통명사화 되는 길을 걷게 되고, 17세기에 프랑스에서 활동한 종교활동가이자 소설가인 F.S. 페늘롱이 1699년에 쓴 '텔레마크의 모험'이라는 책에서도 다시한번 등장하게 됩니다.
전에 성경공부시간에 '멘토링'을 우리말로 어떻게 옮겨야 하나를 생각하다가 '제자훈련', '제자양육'이면 되느냐고 다른 분께 물어보았다가 그것과는 많이 다른것이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확실히 멘토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이야기의 무게가 위에서 말한 정도라면 쉽사리 우리말로 옮겨질 것 같지는 않군요.
멘토/멘토링이란 말 말고도 이미 우리 주위에는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는 영어들이 제법 많은 것 같습니다. '워십'이란 말이나, 'L.T.C.'같은 머릿글자(acronym)들이 그 대표적인 예겠죠.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대중음악의 경우 CD표지에 자신의 이름을 영문으로 넣거나, 곡이름을 영어로 짓고, 4분 남짓한 노래의 어딘가의 한 소절쯤은 반드시 영어로 부르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버린게 이미 오래전 일입니다.
문화란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런 것이라 젊은 사람들의 감성을 담는 현재의 '그릇'으로서 영어가 보다 적합하게 느껴진다면 의도적으로 그런 현상을 배척하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담 교회에서 조금씩 자꾸만 늘어가는 영어어휘들은 어떨까요. 가끔은 주보에 적힌 말들의 속뜻이 뭔지를 몰라 애를 먹은 적이 몇 번 인가 있었던 저는 멘토라는 말을 우리말로 옮겨보려고 했을때 이런 고민이 있었고, 지금도 어떤 태도로 그런 현상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지 여전히 고민중입니다(조언을 주실 수 있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물론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점을 영어가 가지고 있는 탄력적으로 신조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도와주는 게 조화롭게 이루어 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왠지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은 읽지 못하시는 말들이(몇 번 알파벳을 가르쳐 드린 적이 있는데 제가 가르쳐 드리는 방법이 지루했는지 영어를 배우시겠다는 말씀은 이후 통 안하시네요 -_-...) 교회에서 자연스레 자꾸 늘어간다는 게 좀 걱정스럽게 느껴집니다(우리말로 옮길 수 있는 시도는 최소한 해보고, 여의치 않을 때 그 말을 빌려써도 늦지는 않지 않을까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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