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교회 부평성전 대예배실에서의 예배에서 제 시선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한 것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이것은 새로 지어진 부평성전이 품고 있는 여러 이미지, 혹은 이념, 그리고 그 안을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기를 시도하는 공간에 대한 여러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일 낮 부평성전에서 예배를 드릴때마다, 저는 대예배실의 그 거대한 공간감에 압도당하고 매료됩니다. 부끄럽지만 이것은 신실한 믿음을 지닌 우리 청년들이 아름다운 예배당속에 거하신 주님의 손길을 찬양하며 느끼게 되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지극히 주관적인 것입니다.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입구의 로비에서 램프코어를 끼고 우측으로 향한 통로를 따라 들어가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펼쳐지는 중앙 홀의 공간감에 황홀해지는, 바로 그 느낌이지요.
거기에 있다, 라는 것만으로 생각이 특별해지는 곳에서 드리는 예배는, 당연히 모든 감각을 새롭게 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살갖을 스치는 공기의 흐름을 느끼는 것, 모든 것에서요. 그 가운데서 공간의 개념에 가장 생경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각의 흐름입니다.
포스트 모더니즘과 구분되는 모더니즘의 표지가운데에는 기독교주의(Christianism)가 있다고 합니다. 모더니즘의 절대적 이데올로기는 바로 진보에 대한 믿음인데, 헬레니즘과 결합하여 기독교주의는 인간의 행복을 짓밟는 모든 사회적, 제도적, 물리적 질곡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는 휴머니즘을 나아갈 방향으로 삼는 진보가 모더니즘의 핵심지주개념이 된다는 것이죠.
이것을 사회속에서 투영해보면, 모더니즘 사회에서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어진 선적인 개념 속에 존재하게 됩니다(이것은 ‘진보’라는 개념이 전통에 대한 절대적 긍정에 기반한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지극히 논리적이고 타당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이 바로 ‘원근법적’이며 ‘시각적’인 ‘공간’속에서 흐르게 됩니다.
모더니즘에서의 이러한 시각적 공간은 시선이 주파할 거리, 절대적인 눈과 대상 사이의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재현적인 시선의 공간에서는 보는자와 그 대상 사이에 뚜렷한 구분의 선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이러한 재현적 공간을 선적 공간이라고도 하며, 이것이 미술화법에서 구체화된 것이 다름아닌 원근화법(Perspective)입니다.
원근법의 기원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연극의 무대장치라고 합니다. 무대를 실물과 똑같이 조작하는 수법이 회화에 도입된 것이죠. 이 원근화법이 시선적(視線的)이라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원근법이 실험된 브론치노(Bronzino)나 알베르티(Alberti)의 그림들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원근화법이 최고의 가치로 삼는 것은 투명성인데, 이것은 재현적인 시선이 어둡고 불투명한 물질을 이성의 빛으로 투명하게 관통하여 정신적인 본질을 명확히 밝혀주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모더니즘의 진보가 지향하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회 예배당 이야기를 하다가 난데없이 모더니즘 얘기를 꺼낸 것은, 부평성전 대예배실에서 제가 매번 느끼는 공간과 시선이, 이 모더니즘의 세계관 속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너무도 생생하게 재현되기 때문입니다. 재현적인 시선의 공간에서 보는 자와 대상사이에는 항상 긴장의 거리가 존재하며 양자는 결코 하나로 합쳐지는 관계가 아닌데, 이것은 우리가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 곳과 목사님이 올라가셔서 설교하시는 곳이 명백히 구분되며 예배도중은 물론 예배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로비나 화장실을 드나들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으로 올라갈 수는 없다는 점에서 구분의 선을 느낄 수 있고, 대예배실의 공간을 메우는 특유의 적막감과 폐쇄된 공간임에도 서늘한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공기들, 선명하고 밝으나 눈을 자극하지 않는 조명(그리고 천정에서 설교자를 향하는 그 직선의 빛줄기)과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내부구조가 느끼게 하는 청결함이 주는 투명성이 그 구체적인 표지라 하겠습니다.
물론 모더니즘이란 말은 미술에서, 문학에서, 건축에서 각기 의미하는 바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리고 부평성전이 우리나라의 건축사에서 한국적 모더니즘(정확히는 네오모더니즘)을 시대상황에 대한 거대담론적 미래상을 제시하고자 하는 모더니즘건축의 본래 의도에서 얼마만큼 벗어나지 않고 재현에 충실하였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다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모더니즘을 떠받치는 두 기둥가운데 하나가 기독교주의라면, (제가 생각하는) 모더니즘의 정신에 충실한 새성전의 대예배실에서 발견되는 공간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유럽의 대성당들이 절대 초월적 세계의 지상세계를 향한 투영이라는 재현의 이론은 우리교회의 새성전에도 그대로 유효하다고 할때(이 말은 설명을 하면 정말로 사족이 되겠지만, 성전의 겉 모양이 ‘영혼구원을 위한’ 방주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명백하겠지요), 제가 새성전의 대예배당이 갖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생각들이 모더니즘의 공간과 일치한다고 흥분하는 건 당연한 일에 호들갑을 떠는 좀 유치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간에 대한 해석이 끝났으니 이제는 그만 좀 두리번 거리고 예배를 열심히 드려야 할텐데...혹시 주일예배때 그래도 한눈파는 저 보시거든 따끔하게 충고 좀 해주세요~(예쁜 자매보다가 들키면 낭패 -_-).
참고 서지 : The Story of Art(E. H. Josef Gombrich, 1994)
한국 현대건축 비평(임석재, 1998)
사진 : 입당예배 때 이준희가 Fuji FinPix 1300으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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