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에게는 같은 대학을 졸업한 아내가 있다(물론 식구로 치자면 고양이 한마리가 더 있기는 하다). 그의 아내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아내의 눈에 비친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객관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나는 아내를 가져본 경험이 아직 없으므로),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남편은 타인에 대한 열등감을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은 세상에서 보기드문 유형의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원죄의식 비슷한 내츄럴 본 열등감도 없고, 이후 학습되는 열등감도 없는 사람이 1968년에 태어나 이미 여섯 권의 소설집과 세 권의 산문집을 쓴 소설가 김영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열등감이 없는 소설가'라는 이 희귀한 인물 속 어딘가에 '내재(內在)'하는 열등감의 '부재(不在)'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다. 더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은 그렇다 치고 더 없는 사람에게 느끼는 열등감은 상당히 애매한 감정이어서, 그것을 손에 쥐고 있으면 털어버리기 전에 한참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아, 그리고 열등감에 대해 무언가 말을 해줄 수 있는 아내의 '없음'도 그 열등감을 더해주는 구실이 될 수 있겠다.
이것은 있음에 대한 열등감이니 이전 것보다는 평범한 축에 드는 것이겠지만.
※ 그의 아내의 그에 대한 말을 이해시켜줄 수 있는 그에 대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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