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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정형근이 과반수를 넘는 유권자들의 지지로 당당히 다시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때, 나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아팠으며, 이 감정은 안에서 자꾸만 자꾸만 증폭되어 끝내는 그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준 부산의 유권자들에게로 몰려가는걸 느꼈다.
부산의 사하乙을 제외한 다른 모든 지역구가 새파란 색으로 빈틈없이 메워진 사실을 또한번 뒤늦게 알게 되었을 즈음, 나의 마음에 남은 것은 부산 사람들, 아니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적 생명체가 체온을 유지하고 숨쉴 수 있는 고치역할을 넉넉히 감당하는 영남 사람들에 대한 고쳐지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해진 정치적 有感이었고 그것은 이제 마악 어떤 확신의 옷을 덧입는 과정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다, 또또 한번 뒤늦게, 나는 나의 주민등록지 근처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동대문구乙이라는 지역구 표시 아래서 우거지상을(딴에는 미소였으리라) 하고 있는 홍준표의 사진을 당선자 명단에서 발견하였다. 그렇다. '저 유명한' 홍준표마저 당당히 17대 국회의원의 자리를 거머쥐는데 성공한 것이다.
나는 그의 사진을 보고 두가지 사실을 '實感'했다(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나는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한다). 하나는, 대통령이라는 우리의 따뜻한 밥을 담는 귀한 그릇을 사정없이 바닥에 내동댕이 친 그들은 대부분 너무나 마음아프게도 책임을 추궁당하는 대신, 신임(信任)을 두텁게 받아 우리 앞에 되돌아왔으며, 하여 선거라는 싸움에서 밤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우리들은 그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조차도 묻지 못하였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는 그 사실이 주는 슬픔을 어쩌지 못해 대신 살아있는 아무것에나 손에 잡히는 대로 그들을 대신할만큼 커다란 희생양(犧牲羊)을 찾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양에게는 죄가 없다. 그러나, 또다시 4년간 국회의 권력과 그들을 안전히 지켜줄 특권을 거머쥔 그들, 그리고 그들의 잘못은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그것들과 '더불어 生'을 도모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의 고통은 어디로 가주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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