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하얀 지펠 냉장고를 갖는 게 꿈이었다. 그녀는 컴퓨터와 텔레비전과 휴대폰을 가족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고 김광석과 리키 리 존스의 노래와 하얀 속옷을 사랑했으며 키가 클수만 있다면 하루에 한시간쯤 박쥐처럼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라면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여자였다. 가령 라면 하나는 약 75 가닥의 면발로 구성되어 있고 한 가닥의 길이는 대략 65 센티미터, 총 길이는 49 미터, 열량은 520 칼로리 내외이며 그 중 탄수화물이 80 그램, 단백질이 10 그램, 지방 17 그램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도 그는 그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녀는 라면의 역사와 유래, 어원, 면이 꼬불꼬불한 이유, 분말수프의 제조공정과 갖가지 요리법에 대해서까지 그야말로 모르는 게 없었다.
"...라면이란 일반적으로 면을 증숙시킨 후 기름에 튀긴 유탕면이나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에 수프를 합친것을 말한다. 조리가 간편하고 저렴하다는 특성으로 제2의 쌀이라고 불리고 있는 라면은 1958년 안도우 시로후쿠라는 일본인이 술집에서 튀김 요리과정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제조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즉 밀가루를 국수로 만들어 기름에 튀기면 국수 속의 수분은 증발하고 면이 익으면서 속에 구멍이 생기는데 이 상태로 건조시켰다가 풀어지게 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해 가을 일본의 일청(日淸) 식품이 국수발에 간단한 양념 국물을 가한 '아지스케 면'을 "끓는 물에 2분"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달고 시판한 것이 오늘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라면의 효시이다."
["사슴벌레 여자". 윤 대녕,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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