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법률행위가 포함된 사례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적용할 법조문을 판단하는 경우, 해당 법률행위를 포섭하는 규범이 없을 때 유사한 입법취지에 기초한 법규범을 유추 적용하는 대신 실정법의 총강 혹은 총칙부분에 흔히 규정된 일반조항(一般條項)을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적인 표현으로 ‘일반조항으로의 도피’라는 말이 있다. 이를테면 민법 제2조나 제103조, 민사소송법 제1조를 준거삼아 사안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태도 등이 그것이다.
일반조항으로의 도피는 어째서 비판받는가. 그것은 ‘도피’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해석자에 의한 구체화 과정에서 주관적 자의가 개입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의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를테면 자기연민(自己憐憫) 같은 것. “나 요즘 너무 힘들어.”라는 말은 일단 그런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있다는 상황 자체가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그 밀리그램 단위로 투약되는 성분은 언제나 많은 물과 함께 마셔도 쓴 맛을 입안에 기어코 남기는 어떤 알약들처럼 언젠가부터 쓸쓸한 웃음 밖에는 내비칠 것이 없게 되어버릴만큼 역치(閾値)를 넘어서게 만든다. 자기연민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아. 무엇보다 그런 생각은 위험하지. 자의의 과잉이 가져오는 안정의 위협 쯤이랄까. 따뜻해지면 부패하기 쉬운 건 마음도 마찬가지.
-마인드 컨디셔너(mind conditioner)에서 쏟아져 나오는 냉기로 자기연민을 경계하며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