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섬 바닷가 - 간극(間隙, die Lü cke)'

균일한 물질로 채워져야만 성립이 가능한 어떠한 공간들은 역설적으로 간극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많게는 수십 톤의 하중을 견뎌내야 하는 건물의 벽이 그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감정이 그렇고, 기억을 채우고 있는 시간이 그렇다.

간극은 치명적으로 자신이 존재하는 터전을 무너뜨리기 위해 태어나고 존재한다.  이것은......무언가, 끊임없이 증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生命)과는 정 반대이지 않은가.  과연, 간극이야말로 생명의 훌륭한 대칭개념이라 불리우기에 손색이 없어보인다.

"죽음은 삶의 대극(對極)이 아닌 그 일부로서 존재한다"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빛나게 하는 한 구절이다.  이 말은 나이를 많이 먹은 벽에 무수히 나 있는 실금같은 삶 속의 간극에도 잘 어울린다.  그렇다고 그 속에 빨려들어가 스스로를 무너뜨려서는 안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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