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중국의 한 백과사전'을 인용하여 동물 나누기의 한 예를 보여주었는데, 그 구체적인 분류는 아래와 같다.
(1) 황제의 소유인 동물 (2) 죽은 다음에 향료로 처리하여 방부처리되는 동물 (3) 인간이 사육하는 동물 (4) 젖을 빠는 돼지 (5) 인어 (6) 전설상의 동물 (7) 주인 없는 개 (8) 이 부류에 포함되는 동물 (9) 광포한 동물 (10) 셀 수 없는 동물 (11) 낙타 털과 같이 미세한 붓으로 그릴 수 있는 동물 (12) 기타 (13) 물주전자를 깨뜨리는 동물 (14) 멀리서 볼 때 파리같이 보이는 동물
학교에서 보통 배우는 분류법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분류방식은 전혀 체계적이지도 않고 비과학적이며 주관적인 분류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교육시스템을 통해 일반적으로 학습하는 분류는 과학적인가? 예를 들어 딱딱한 껍질을 가진 동물(갑각류), 젖을 빠는 동물(포유류), 흐물흐물한 동물(연체류), 물에도 살고 뭍에서도 사는 동물(양서류) 등으로 나누는 분류는 과연 체계적인가?
'해충'이나 '긴팔 원숭이' 같은 이름을 보자. 이들 명칭은 여전히 주관적이며 인간 중심적이다. 해충은 인간에게나 해충일 뿐이며 긴팔 원숭이는 인간의 팔보다 길게 느껴질 뿐이다. 게다가 분류가 어려운 동물을 인간은 혐오감을 갖고 대한다. 박쥐가 그 예이다. 물론 인간들이 그것들에 이름을 붙였고 - 아담이 생물들의 이름을 지었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참으로 시사적이다 - 또 인간들 사이의 언어이므로 그러한 구분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문제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우리가 그것을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흔히 '뱀에게는 다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인간은 비늘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비체계성과 주관성을 벗어날 수 없다.
-[Michel Foucault, Les Mots et la Ch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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