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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헤어진 옛날 여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그리고 그들은 모두 과거형의 시제로 일치된다). 목소리에 저절로 몸이 굳어지는 걸 보니, 나는 아직은 완전히 기억들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반쯤 물에 젖어 오히려 또렷한 목소리로 그녀는 혼자있는게 무서운데 전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라고 아무래도 상관없을 변명을 한다. 아니, 그 말은 모두 사실이니 변명이라 들은 것은 나뿐인가.
대학시절 수술한 오른쪽 눈이 다시 아프기 시작해 이제는 한쪽 눈이 흐릿해졌다는 그녀의 말을 들으니, 이제는 마음의 빚 따위 있을것도 없다고 생각하건만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게 된다. 저 어린 나이에... 차도가 없는 양약에 질려 한방치료도 받아보았지만 몸만 더 가누기 힘들게 되어버렸다며 울먹이는 걸 듣는데...마음 속 깊이 뜨거운 한숨이 떠밀듯이 밀려나온다.
남의 병(病)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죄책감을 느껴가며 뭘 어쩌자는 것인가, 빌어먹을.
진작에 꺼진 전화기 너머로 얼어붙은 겨울 강 위 내 걸음을 따라붙는 금 가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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