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수의를 쌌던
1988년도산
누렇게 빛바랜 신문
올림픽을 앞두고
신문마다 앞다투어 관련 소식을 다루고있다.
만지면 부스러질듯
누렇고 바삭바삭하다.
지독한 나프탈렌 냄새만 아니었으면
마치 갓 구운 김을 만지는 것 같다.
1988년 새해 겨울방학이 되어 시골로가니
생사-약품 처리하지 않은 비단-로 수의를 장만하시고는
참 좋아하시면서 자랑하시던 시어머니의 모습,
왜 그리 좋아하시는지?
그 기쁨을 이해할길 없어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던
풋내나는 내 새댁시절이 떠오른다.
그렇게 단단하게 준비하시고
그 해 여름,
알수 없는 원인(1년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내린 결론이다)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신 어머니는
2004년 4월 30일 천국에 가는 날까지
한번도 일어서지 못하셨다.
(하나님은 장한이의 기도를 끝내 들어주시지 않으셨다.)
..............................
2004년 5월 3일 아침 ,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염'하는 것을 보면서
그 싸늘한 분위기에 압도당했고
고약한 냄새와 거리낌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타인의 시신을 소중히 다루어주는 그들이
진정으로 감사했고
온몸을 통째로 맡긴채
고통스럽던 숨을 멈춘
어머니의 얼굴이
의외로 너무 평안하게 보여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 어머니의 시신을 만져보았다.
차갑고... 부드러웠다.
어머니는 곱게 개켜두었던 비단옷을 속옷부터 버선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입으시고
두루막까지 걸치신후에
마지막으로 관에 들어가서 누우셨다.
어머니의 뜻대로....시신을 묶지는 않았다.
관속의 어머니 옆 빈자리는 옷가지들로 채워졌다.
고운 한복들을 십수년간 고스란히 모아두었던지라
수월하게... 채워졌다.
그리고
어머니는 시립화장터에서 한 시간 반만에
기가막히게 하얀 뼈조각이 되어서 돌아왔다.
곧이어 분쇄기에 넣고 갈아서
밀가루보다는 거칠고 꺼끌꺼끌한 가루가 되어서
단지안에 넣어졌다.
어머니의 유지는 선영에 가서 공중에 흩뿌리는 것이었으나
3대독자 유복자인 남편의 고집으로
결국, 가족 납골당에 모셔졌다.
시어머니의 아름다운 수의는 저 뼛가루
어디 쯤에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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