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뒤지다가
냉동실 한 켠에 시커먼 비닐봉지를 찾아냈다.
이게 무어지? 열어보니
아...속살이 뽀얀 찹쌀가루이다.
우리집 냉동실 구석엔
몇년이 지난지도 모르는 얼음덩이들이 가끔씩 발견되곤 한다.
빵점짜리 주부...
아...이거
....
언제던가... 곤한 몸으로 퇴근해서보니
새알수제비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께서
시누이를 시켜서 찹쌀을 한 되나 빻아오셨다.
찹쌀가루는 금방 곰팡이가 나기때문에
빨리 새알을 만들어서 냉동보관을 해야하는데...
일하는 것이 무서운 나는... 짜증부터 났다.
그날, 곱게 빻은 보얀 찹쌀가루는
내겐 그저 부담스러운 일거리였다.
- 이렇게 많이 가루를 만들어서 언제 다 드시려고 하세요?
필요하면 조금씩 새알을 사서 끓이면 되는데....투덜투덜
- 그 맛과 그 맛이 다르다...야이야...
쌍심지가 돋힌 며느리에게
애원하듯이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말투에는
미안함이 묻어있었는 듯했지만
그것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나는
그 길로, 그 밉살스런 놈을
냉동실에 꼭꼭 집어넣고는
잊.어.버렸다.
하루종일 드러누워 계시는 어머니는
새알수제비 생각이 간절하셨을 법도 한데
그 이후로 일년여 찹쌀가루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으셨다.
올 봄,
17년의 병상을 뒤로한채 시어머니는 돌아가셨다.
해가 바뀌고,
그때까지 냉동실 한켠에 우두커니 있다가
이제야 주인에게 발견된 찹쌀가루.
어제 오후, 나는 두 손을 걷어 부치고,
녀석을.... 없애버리기로 작정했다.
뽀얀 가루에 펄펄 끓는 물을 부어서 익반죽을 한 다음
곱게 새알을 빚었다.
신기하게도 빨리 빚어지고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고 짜증스러웠을까...
소고기 미역국을 보글보글 끓여서
동글동글하게 빚은 새알을 넣고
한소끔 끓여서
동동 떠오른 것을 먹으려니
찹쌀의 싸근한 맛과 더불어
부드럽고 뭉큰한 새알덩이가
어쩐일인지,
쉽사리 넘어가지않고
자꾸 목에 걸린다.
아...
애꿎은 국물만 삼키면서
찹쌀 수제비를 그토록 좋아하셨건만
오랜 병수발 하는 며느리 눈치 보느라
그렇게 참으시다가
그렇게 천국으로 가버리신
병든 시어머니의 잔상에
못된 며느리는 왈칵
목이 메인다.
어머니`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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