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0장에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비유 하나가 있당.^^
그건 바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라고 불리는 누가복음 10장 25-37절까지의 내용...
간략히 설명하면 어떤 정신나간 사람(당시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길은 지형 자체가 워낙 험하고 주변에 동굴과 협곡이 많아 강도가 빈번하게 출몰하였다. 그래서 혼자 여행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여행을 하였다.-주)이 용감하게(??) 여리고로 홀로 내려가다 강도를 만나 개패듯이 맞고 옷도 다 벌거벗겨진채 반죽음(=초죽음)을 당한 채 버려졌단다.
그 옆을 제사장, 레위인 그리고 사마리아인이 지나갔는데..유일하게 사마리아 사람만이 그를 도와주었단다. 그래서 그의 선한 행위는 이웃사랑의 표본이 되었다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란다.
그런데....이 비유의 시작을 살펴보면 뭔가 그냥 사마리아인만 얘기하기에는 껄쩍지근한 구절이 있다.
어떤 율법사가 예수를 시험하려고 묻길 "선생님 우짜면 영생을 얻겠수까?"
그래서 얻은 답변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란다.
자...이제 중요체크 포인트다...웬만하면 성경 펴고 밑줄을 그어보자..
 | "이 사람이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예수께 여짜오되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오니이까?" |
정말로 궁금해서 그 인간(율법사)이 물어보았을까?
성경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보란다.
"이 사람이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자기를 옳게 보인다? 이건 뭔소리인가?
성경은 무지한 우리가 쉽게 이해하게 친절한 부연설명까지 해준다.
이 얼마나 훌륭한 하나님의 배려인가!
자기를 옳게 보이려는 의도가 담긴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란 질문은 질문자 자신이 나올 대답을 미리 짐작하고 있음을 예견케 한다.
즉 예수의 입을 빌어 이미 자신이 이웃을 무진장 잘 사랑하고 있음을 주위의 유대인 공동체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또한, 이전의 예수가 보여준 답변 형식을 생각해보면, 예수는 처음 율법사가 질문했을 때, 바로 대답지 않고 율법사로 하여금 대답케했다.
이것은 율법사가 율법(성경)을 잘 아는 자임을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아마도 율법사는 내심 예수가 "넌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봐 주길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보기좋게 그의 의도는 빗나갔다.
예수의 장황한 비유는 그의 의도를 훨씬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예수의 비유 속에는 3사람이 나온다. 하지만 정확히 보면 두 종류의 사람이 나온다.
"유대인과 비유대인인 사마리아인"...
예수의 비유는 듣는 유대인을 당혹케하는데 그 매력을 발견하는 나로선 왜 두 명의 유대인을 등장시켰는지 매우 궁금케 한다.
(혹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더라도 난 설명할련다. 제발 궁금해하길 바란다. ^^;;)
초(반)죽음의 상태에 이른 동포 유대인의 곁으로 제사장과 레위인이 지나간다.
그런데 이들에겐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그건 레위기에 나오는 정결의식이었다.
제사장과 레위인 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은 "하나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는 율법을 지키기 위해 몇 가지 세부사항의 정결규례가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시체를 가까이 하면 부정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허허...
제사장은 제사를 주관해야 먹고 살 수있는 사람이다. 그 제사는 일년에 한번만 차례가 돌아오는 연례 행사이다.
근데 제사장이 부정한 행위를 하게되면 그는 일년에 한번있는 제사를 주관하지 못한다.
그리고 제사를 통해 얻게되는 제사장 몫의 경제적인 부분도 박탈당하게 된다.
게다가 이 부정한 제사장이 정결케 되기 위해서는 매우 귀찮고 복잡한 정결의식을 치루어야 했다.
즉 제사장이 시체를 가까이 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년 경제행위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레위인도 마찬가지이다. 헐...
자..다시 비유로 돌아가자. 초죽음 상태에 이른 우리의 주인공(?)은 눈도 껌뻑이지 못하고 거동도 못한채 누워있다(안좋은 표현으로 자빠져 있다).
제사장이 지나간다. 옷이 다 벗겨져 있으니 허여멀건한 물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조금 가까이 가보니 사람이다. 헉...피가 잔뜩이다. 게다가 움직이지도 않는다.
헐...
이제 제사장은 고민한다. 무엇을 고민하느냐? 저 사람인 산사람이냐? 죽은 사람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당근 도와주어야 겠지만, 문제는 저 사람이 시체일 경우이다.
그럼.."아버지......(ㅠ.ㅠ)" 시체를 가까이 했기에 그는 부정한 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에게 제사장이라는 이 매력적인 지위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결론이 내려졌을 것이다.
그냥 피해간다면 분명 누군가 도와줄 것이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이 생긴다.
혹시라도 시체라면 난 일년동안 생고생을 해야 한다라는 절박한 심정에 그는 재빨리 지나간다.
그 제사장의 확신 때문일까? 레위인이 지난간다. 아뿔싸...그 역시 제사장과 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용히 지나간다.
그들이 사랑이 없어서일까? 아니다.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사랑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위, 경제적인 부분들을 포기하기엔 너무 위험한 도박(!!)인 것이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그들은 너무 큰 모험을 해야 하는 것이다.
....
강도 만난 사람의 숨이 거의 멎어질 무렵 그의 곁에 한 사람이 지나간다.
아마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을것이다.
그는...그는...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사마리아인인 것이다.
그의 손길이 자신에게 닿았을 때, 그는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
그의 포도주가 자신의 상처를 씻을 때, 아마도 그는 더러운 사마리아의 포도주가 자신의 몸을 더럽혔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전의 지나간 사람들과는 달리 그는 자신을 끝까지 책임져주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그는 원수와도 같은 자의 손을 빌어 구원받게 되는 것이다.
예수의 비유는 여기서 마쳐진다. 그리고 그는 아주 조용히 그러나 무게 있는 질문을 한다.
"네 의견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
율법사는 입술을 꽉 깨물며 대답했을 것이다.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아마 그는 지금 대답해야 하는 자신이 무척이나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웠을 것이다.
저주받은 사마리아인의 이름을 올리기에는 그는 너무나 거룩한(?) 율법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율법사뿐만이 아니라 이 비유를 듣고 있는 유대인들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동포를 구해준 것이 다름아닌 그들이 개같이 여기는 사마리아인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예수의 비유는 말한다. 율법보다도 더 소중한 사랑을 ...
제사장과 레위인 뿐만이 아니라 모든 유대인들은 그를 지나갔을 것이다.
그 까다롭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결 규례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동포를 지나갔을 것이다.
사랑...분명 그들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이웃을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율법 앞에서 그들은 사랑을 우선시 할 수 없었다.
자비를 베풀기에는 그들을 얽매이는 율법에서 자유할 수 없었다.
강도 만나 자를 살리기 위해서 그들은 그들의 경제적인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시체 일지도 모를 그를 살리기 위해서 그들은 용기없는 비겁자가 되기를 선택했다.
...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은 그런 입에 발린 사랑이 아니다.
철저히 포기할 수 있는 사랑이 참 사랑인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또한 가지게 될 기득권을 , 더 좋은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랑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마치 제사장과 레위인 처럼 그냥 자기 손에 움켜진 것들을 놓지 못해서 사랑받기를 원하는 자들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사랑받기를 원하는 자들의 보이지 않는 몸부림이 있다.
우리의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를 사랑해달라고 말하지도 못할 정도로 아파하고 있다.
소리쳐 외치지 못할 정도로 상처 입은 자들...
움직이지 못하는 울고 있는 영혼들...
우리의 사랑은 예수의 사랑과 같아야 한다.
그분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다.
가장 영화로운 보좌에 앉으셔야 할 그분이 사람들 앞에서 저주 받은 십자가에 달리셨다.
우리에게 자신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시기 원해서..
그분은 그렇게 용기있게 포기하고 우리에게 사랑을 보여주셨다.
우리는 그분을 닮아가길 원한다고 말한다.
그분의 사랑을 우리에게 달라고 말한다.
그럼 우리도 예수처럼 사랑해야 되지 않을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아파하는 영혼들을 사랑해야 되지 않을까?
제사장과 레위인처럼 도망치듯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용기있는 예수처럼 사랑해야 되지 않을까?
우리 주변에 널린 초죽음 상태의 영혼들...사랑받아야 하는 자들..
우린 그들에게 다가가 사랑해야 할 것이다.
내 가족, 내 친구...돌아보라..
우리가 우리의 무신경으로 ...아니 알고도 스쳐지나간 형제와 자매들...
주님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자들을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