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다보면 가끔 눈에 거슬리는 녀석이 있으니 그것이 족보라는 녀석이다.
레위기에 등장하는 제사법은 동영상으로 본다셈치고 상상하면 대강 이해가 가는데, 이 족보라는 녀석은 계속 누가 누구를 낳고 떄로는 몇 살에 죽었는지 자세하게 말해준다. 간단하게는 몇 절에서 길게는 한 장을 다 도배하니...어쩔 때는 성경을 쓴 사람이 장 수 메울려고 족보를 집어넣은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그래도 족보가 성경 중간 중간에 등장하면 이해가 간다..(그냥 확 넘어가라고 생각하면 되니..)
그런데 마태는 다짜고짜 맨 앞에부터 족보를 집어 넣어 사람 눈 아프게 한다. 물론 나의 독서법은 요새 들어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입으로 읽어가면 하는 방식으로 변했기 때문에 족보를 읽다보면 숨이 찰 때도 있다.(물론 다소 과장된 표현이기도 하다.)
어쨌든 성경공부를 하면서 가장 불만스러운 점이 바로 족보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찾으라는 것이다..마태복음 1장에 담긴 족보에서 발견되는 꼬투리 하나는 여인네들이 족보 상에 등장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14대라고 3번이나 강조하는데 실상 숫자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보라..이걸 하나하나 세어본 이 위대한(?) 인간을...ㅠ.ㅠ)
먼저 개념상 유대인들 뿐만 아니라 당시 고대 사회에서는 여자와 어린 아이 , 노인을 사람 수를 계수할 때 넣지 않았다. 그건 당연히 전투력과 노동력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하등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20세 이상의 건장한 사내 만이 숫자에 인구조사에 올라갈 수 있었고, 족보도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실제로 구약 성경에 나오는 족보에서도 여성의 이름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그런데 신시대의 바람을 타서 그런지 마태는 과감하게 마리아를 제외하고도 4명이나 되는 여성을 예수의 족보에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 무슨 베짱에서인지, 유대인들을 향해 썼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마태복음에서 말이다. 초 보수 진영측 유대인이었으며 보자마자 찢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성경공부이니 여인네들 이름이나 살펴보자.
첫째는
다말이라는 사람이다. 유다와의 사이에서 베레스와 세라라는 쌍동이를 낳았는데 문제는 이 관계가 시아버지와 첫째 며느리라는 점이다. 이건 부적절한 관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게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다말은 원래 유다의 첫째 며느리인데 유다는 자식도 못 낳고 첫째 아들이 죽어버리자 둘째인 오난에게 장자의 후손을 이으라고 다말을 한 텐트 안에 집어 넣는다. 물론 오난은 아버지의 뜻과 조상 대대로의 관습에 반항하였는데, 결국 그도 비명횡사했다. 유다에겐 이제 막내만 남았는데..이대로가다간 유다의 씨를 다 죽일 것 같아서였는지 다말을 아예 부르지도 않게 되었다. 그렇게 졸지에 사내 잡아먹는 여자가 되어버린 다말은 결국 꾀를 내어 시아버지인 유다에게 거리의 여인처럼 행세하여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문제는 시아버지 유다의 귀에 며느리 다말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들린 것이다. 부정한 여인네니 죽여버리자 해도 유다의 자손임이 밝혀지니 돌로 쳐 죽이지는 못하고 오히려 유다의 족보에 버젓이 올라가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예수의 족보까지 올라가게 되었구랴..
둘째는
라합이다. 여리고 성 함락을 위해 잠입한 스파이들을 도와주었기에 구원받을 수 있었던 라합은 기생출신의 여리고 사람이니 한마디로 이방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결혼한 것이 살몬이었다. 이방인과 결혼하지 말라는 것이 하나님의 명령이었는데 사랑에 눈이 뒤집힌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나 결혼해버렸다. 문제는 라합의 출신 성분인데...기생이라고 표현된 성경의 단어가 실은 이방신의 사제의 뜻도 포함한다는 점이다. 헐...이거 점입 가경이로다.
셋째는
룻이다. 목사님들에겐 효부로 알려진 이 아낙네도 실상은 모압 출신의 청상과부이다. 시댁이 아메리칸 드림에 버금가는 모압 드림을 꿈꾸며 왔다가 남자는 죄다 죽어버리는 슬픔을 겪게 되고, 결국은 컴백홈을 선언하는 과정에서 시어머니를 끝까지 따라가 칭찬받게 된 여인이다. 보아스라는 유다의 자손과 결혼하여 다윗의 증조 할머니로 족보에 올라간다.
넷째는
우리야의 아내인 밧세바이다. 마태는 유독 이 여인에 한 해서만 이름 대신 전남편의 이름을 들먹인다. 이는 여자 자체의 문제보다도 그 남편되었던 다윗의 범죄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인 것이다. 우리야는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이방인 출신으로 헷족속의 사람인데 다윗에게 감화감동 받아 귀순한 군인이다. 그가 다윗을 위해 열심히 전쟁터에서 싸우는 동안 전장에 나가지 않고 더위를 피하던 다윗이 밤에 목욕하는 우리야의 아내에게 필이 꽂혀 간통한 사건이 성경에 적나라하게 나온다. 결국 다윗은 간통죄를 은폐하려 꾀나 머리를 쓰나 결국 살인죄까지 소급적용되는 행동을 하게 되었고 하나님께 엄청 분노를 사게 된다. 나중에는 솔로몬이라 불리는 여디디야를 낳았으나 아무래도 솔로몬의 파격적 결혼생활에 이방인이었던 우리야의 아내가 큰 역할을 했음직 하다.
이상의 여인네들을 보아하니 하나도 제대로 된 관계로 볼 수 없다. 이방인과의 결혼은 그렇다 쳐도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부적절한 관계와 간통 및 살인죄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다윗과 우리야의 아내(밧세바)의 관계는 사실상 족보 상에 굳이 자랑스럽게 떠벌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그 족보가 단순히 유다 지파 출신의 어느 미천한 양반의 것이 아니라 마태가 장장 28장에 걸쳐서 소개할 메시야의 족보이니..헉..저자가 무슨 생각인지..
그런데 별로 자랑스러울 것 같지 않은 이 족보가 내게 은혜가 된다. 예수 그리스도가 고명한 집안의 고귀한 혈통 출신이라는 것보다 이방인의 피도 섞였고, 조상들의 부끄러운 행위들도 버젓이(?) 내걸면서 이 땅에 왔다는 사실 말이다. 당시 유대인들에겐 예수의 족보는 스캔들감이지만, 뭐 어떤가... 귀족 출신 예수보다야 죄인출신에 이방인의 피가 좀 섞인 혼혈이라는 것이..차라리 그런 구세주가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방인의 피가 섞였기에 이방인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조상들의 파렴치한 죄악 때문에 죄인들을 더 품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나..어쩐지 예수가 더 친근해지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초장부터 예수의 스캔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예수를 유대인의 왕으로 소개하는 마태야말로 진정 예수를 이해했던 사람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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