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낯가림이 심하고
선천적으로 예민하며
낯선 사람이 오면
엄마 등 뒤로 도망치듯 숨던 아이였다.
(그때 아이의 가슴은 마치 병아리처럼 팔딱거리곤 했다.)
아이를 들쳐 업고 교회에 가면
(외출할때면 아이가 나랑 같은 방향을 보도록해주고 싶어서, 그리고 편안하고 포근하게 해주고 싶어서 나는 꼭 업고 다녔다)
반가와서 활짝 웃는 사람들에게 부탁 말씀.
'아는 척 하지 말아주세요!!!'
'어....만지지 말아주세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해하기 일쑤다.
저 사람이.... 느지막이.... 딸 하나 낳아가지고....왠 유세람.
별일이야...흥..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뒤통수가 따갑다.
어쨌거나...
나와는 완벽하게 다른 딸 아이를
하나님께 '위탁'받아서 양육하는 나는
동시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깊어져감을 느끼곤했다.
그랬던... 딸 아이가
요즘은 언제나 입을 크게 벌리고, 하하... 웃는다.
학교 갔다가 집에오면 곁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하루종일 있었던 일을 빠르게, 많이 이야기를 한다.
종알 종알 종알....
무심코 듣다보면 귀가 쟁쟁거릴 정도이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오랫만에 만난 사람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이 사랑스런 아이가, 그저께부터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엄마...내 친구들은 모두 불쌍해....
왜?......
ㅎ는 엄마가 쫒겨나고 새엄마가 왔대요, 고모가 새엄마 따귀를 때렸는걸요. .....
ㅈ는 아버지가 술을 먹고와서 매일 엄마를 때려서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하고요......음........엄마....우리집은 너무너무 다행이예요.....
왜?........
엄마랑 아빠랑 싸우지도 않고...또 아버지는 술도 안먹고....또.....
아이의 표정이 낯설도록 진지하다.
우리 동네는 읍단위 중에서도 열악한 환경이라서
좀 산다는 집은 어느새 하나 둘씩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거의가 결손가정 내지는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맹모가 삼천지교를 했다던가...
아들녀석이랑 같은 반 친구가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다음 날, 온몸에 소름이 끼친 나는
우리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지않겠냐고
한숨처럼 내뱉을 때,
어느새 곁에 온 아이는 이 동네를 떠나지 않겠노라고 애원에 가깝게 말한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친구들이 있는 여기서 살고싶단다. 아직까지도...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큰 듯 하다.
그러나, 정작 친한 친구들이 하나씩 떠나니까 이제는 좀 마음이 안 좋은 눈치다. 최근들어 친한 친구가 또 한명, 아빠가 월급을 못받아서(아이 말을 빌자면) 근처 단칸방으로 온가족이 이사를 가버렸다.
아이는 몹시 마음 상해 하더니, 다행히 최근 새롭게 몇명 어울리는 애들이 생긴것 같았다. 그 아이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그런저런 소리를 들었나보다.
내 친구들 참 많이 안됐어요...라고 시무룩하게 이야기한다.
이럴때면, 무어라고 말해주어야할지...참 난감하다.
그냥.... 바라보다가
아무말도 못하고, 팔을 앞으로 주욱 내밀었다.
어느새,
내 품에 날름 안겨버린 딸아이를 으스러지도록 껴안아본다.
아이의 뺨을 비벼대면서 ,
아이 마음을 같이 느껴본다
사람을 그렇게 두려워하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같이 느끼는 것이
짠~하기도하지만, 너무나 대견하다.
너...걔들 위해서 기도해야겠다.
그리고 교회다니라고 권해보렴.
.......
옛날, 내 엄마가 날 껴안을때에도
이렇게 대견하고
이렇게 애틋했을까...
그리고 이만큼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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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싱글들 잔치에 아이 이야기를 쓰는것이 조금씩 미안할때가 있지만, 쓸게 그것밖에 없어서리....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