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암으로 투병하시다가....
천국 가실 날만 기다리는 한 집사님께서
이것 저것 정리하여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오셨다.
병원에서는 한달 넘기기가 힘들것이라고 했다 ...
(우리 집은 교회에서 50킬로 정도 떨어진, 한적한 곳이다)
주일 오후 예배 끝나고 교회를 나서는데
ㅈ권사님이 나를 붙잡고 집으로 가는길에
당신을 태워가라고 하시면서
"우리...'집사님 집(우리 집)에 가서 라면 삶아먹고,
환자집에가서 밤 새고 내일 새벽에 나오지 뭐..."하신다.
마침, 이번주간은 내가 속해있는 전도회 특새기간이고
월요일 새벽예배는 회원 특송까지 있어
내일은 본교회 새벽예배를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
막상, ㅈ권사님이 내 속을 다 들여다 본 것같애
은근히....엉덩이에 뿔이나기 시작하면서
새벽예배까지 불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나니,
불안해졌다.
무턱대고 우리 집에 밀고 들어가면 우짜노.
라면 삶아라, 그러면 ...그러면 ...
결국은 저녁상을 차려야하는게 뻔하다
(아직까지도 손님 식사대접은 나의 베스트 공포 목록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주일날 아침 급하게 나오느라
구질구질 마구 던져놓고 나온 정돈되지않는 내 집꼴을
누군가에게 갑작스럽게 내보인다는것은 정말 내키지않는다.
게다가 평소에 친분이 있는, 편안한 사이도 아니지 않은가.
중얼중얼 투덜투덜....
내 의지와 관계없이
두 분의 권사님은 내 차에 동승하셨고
(이날따라 남편과 차를 따로 가지고 오는 바람에 고스란히 두 분은 내 몫이 되었다.)
가는 내내, 마치 짜 맞춘것처럼 ㅈ권사님은 내 신경을 긁는 얼토당토않는 말을 몇마디 더 하셨다. 차를 콱 세우고 싶은 충동이 올라온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평소보다 천천히 차를 몰아 우리 집 대신
청국장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갔다.
서로간에 의례적인 몇마디 인사치례 후
음식이 나오자 ㅈ 권사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큰 소리로 기도를 하셨다.
울먹이는 소리로, 축복기도를 거~~하게 하시고는
그것도 부족하여
지금 심방가는 집의 환자를 위한 중보기도까지.... 하셨다.
기도하는 내내 등허리에 땀이 쭉 나고
천년은 지나가버린 것처럼 숙인 고개가 무겁게 느껴졌다.
청국장의 보글거리는 소리가 잦아들어서야
기도는 끝이 났다.
나는 허겁지겁 청국장에 밥을 비벼먹고 (은아가 남긴것까지 다....;; )
그 길로 곧장 환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환자 집사님은 많이 야위어서 거의 뼈만 남았었다.
물밖에 안 넘어가고 일어나 앉지도 못하신다.
벽에 걸린. 건강할때 찍은 사진속의 웃는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한다.
ㅈ 권사님의 환자를 위한 간절한 기도는
마음이 뒤틀릴대로 틀린 내 귀에
여전히 거슬렸다.
.......
이튿날 새벽 4시에 그 두 분을 모시고
새벽 고속도로를 달려 교회로 왔다.
그리고 부스스한 얼굴로 6여전도회원들 틈에 끼여 특송을 했다.
....천지에 있는 이름중 귀하고 높은 이름 나시기 전에 지으신 그 이름 예수.....
새벽 찬양이 차가운 공기를 가르면서
어젯밤부터 눌렸던 내 답답함이 조금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날 새벽 말씀은 빌립보서 2장 12절 딸랑 한 구절이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 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
크리스찬의 복종에 관하여 말씀을 하셨던것 같다.
그리스도인의 자세는 굴종이나 맹종이 아니라 복종이라는 것이다
서로서로 복종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행동하라는 것.
즉...하나님이 나에게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빌립보 교회는 마치 요즘의 예비군 훈련장과 같다고 한다.
개개인의 저력에도 불구하고
무력감에 짓눌린 예비군 훈련장...
교육기관을 담당하시는 교역자들이 바뀌면
약속이나 한 듯 하시는 말씀이
'이 교회는 인적자원과 저력이 대단한데요...'라고는
대개가 말 끝을 흐리곤 하셨다.
그 말이 결코 칭찬이 아님을 느꼈지만,
오늘 새벽 이렇게 괴로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 사이에 깊게깔린 무기력감이
서로가 복종하는 마음이 없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자신에게 가장 크게 해당되는 말씀이다.
작년 이맘때
미친듯이 고등부장직 사표를 내면서
8년간 몸담아 온 고등부를 떠났다.
다른 기관에 비해
교육기관을 배려하지 않는
무심한 교회어른들에 대한 저항감의 표시와
더불어
나 없는 고등부 잘 되나 두고보자...라는
은밀한 동기도 숨어있었던것 같다.
ㅠㅠ
고등부를 떠난 후 한 해를 쉬면서
내년에 봉사할 곳을 찾는 중에
지휘자가 딱히 없어 쉬고있는
초등부 성가대를 맡고 싶다는 생각이 기도 중에 떠올랐고,
말씀 묵상 중에 응답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여러가지 두려움도 있었다.
오늘 새벽.....
그 두려움의 실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듯 했다.
ㅈ 권사님을 모시고 오면서 못마땅했던 것도
고등부에서 사역한답시고 교회 어른들에게
투덜투덜 짜증냈던 일들도
하나님이 나에게만 말씀하신다는 착각을 깔고
(나보다 못한)너에게는 복종 못해~~라는 심정이 아니었던가 싶다.
복종이라....
월요일 아침의 피로감과 출근 부담으로 마음이 바빴지만
벌거벗긴 부끄러움때문에
예배후 나는 결국 엎드려 울고 말았다.
...........................
이 눈물이 다시 마르듯이
내 은혜도
금방
말라버리는게 아닐까....
끊임없이 나약한 모습을 지닌 내게
싫증도 안 나십니까? 하나님.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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