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거리는 바다 위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생각해본다.
게다가 목수 출신의 이 젊은 양반은 광풍이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태연스레 베게까지 베고 자고 있다.
무엇이 그리도 피곤했는지...큰 바람과 배로 밀려드는 물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잠잠고 있는 그...
그리고 그 주변에서 떠들썩거리며 물 퍼내기에 바쁜 몇몇 어부들...
적잖이 물을 퍼올리던 그들의 얼굴에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른다.
꽤 오랜 시간 선생님이라고 모신 양반의 저 나몰라라 하고 꿈나라에 빠져든 모양이 영 맘에 안 든 탓이다.
자기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 물 퍼내고 키잡고 별의별 방법을 다 강구하는데,
이 선생이라는 양반은 어찌 이리도 평안히 잠들어 있느냐 말이다.
드디어 한 사내가 견디다 못해 소리쳤다.
....
뭐 이상이 마가복음 4장 35절부터 41절까지의 내용을 대강 상상해본 것이다.
개인적으로 묵상을 하면서 소설쓰듯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한번 적어보았다.
갈릴리 출신의 어부들이 결코 예수님 깨실까봐 조용히 물을 퍼내고 있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워낙 시끄러운 양반들이고, 지금 그들의 눈앞에는 언제라도 잡아삼킬 준비가 되었는 파도가 다가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그 엄청난 광풍(미친 바람인가??????) 속에서 느긋하게 자고 있는 예수님이다.
문득 요나 이야기가 떠오른다.
요나 녀석도..(그냥 넘어가자...) 다시스로 도망치는 배가 큰 바람을 만나 휘청거림에도 불구하고 배 밑바닥에서 곤히 잠들지 않았는가...
물론..요나는 행여 깨면 하나님이 또 니느웨로 가라고 협박하실까 잠이 든 척 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갈릴리 호수에서 광풍 속에 잠자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은 여간해서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넘어가기 힘든 부분이...바로 제자들을 꾸짖는 부분이다.
너의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고 꾸짖는 예수님...
제자들이 무엇을 잘못했나? 곤히 잠든 당신을 깨워서?
아님...버럭 큰 소리로 대들어서? 뭐가 문제인지..
게다가 왜 거기서 믿음 얘기가 나오는지...
그런데...41절을 보니 무릎이 아파오는구나...(왜냐고 무릎을 쳤기에..)
 | 저희가 심히 두려워하여 서로 말하되 저가 뉘기에 바람과 바다라도 순종하는고 하였더라 |
허허...예수님을 단잠에서 깨운 이유가 바람과 바다를 잔잔케 해달라고 해서 깨운 줄 알았는데...그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들도 예수님이 바람과 바다를 잠잠케 하실 줄을 꿈에도 생각못했던 것이다.
이제 이해가 간다.
제자들이 예수를 단잠에서 깨운 이유는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를 믿어서가 아니었다.
곤히 잠든 예수가 깨어 일어나 그들과 함께 이 풍랑을 헤쳐나가길 원했던 것이다.
같이 배에 밀려들어온 물도 퍼내고...서로 도와가길 원했던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에게 바란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일들이었다.
갈릴리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어부 출신 제자들에겐 예수님의 기상천외한 능력보다는 한사람이라도 더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의 예수를 깨우는 일갈은 기도라기 보다는 협조의 요청이었다.
그러나 보라...
예수는 제자들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역사한다.
솔직히 배에 밀려온 물 퍼내는 시간보다야 바람과 바다를 잠잠케 하는 것이 더 간단하지 않은가!!
큰 바람과 물결아 잠잠해...라는 찬송가가 떠오른다.
제자들의 눈앞에 보인 것은 사납게 뛰노는 파도였다.
그들 가운데 계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었다.
나인 성 과부의 아들을 살려낸 예수님이 아니라...
그들 어부들의 손길을 도울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기도할 때 얼마나 인간적인 방법으로 하나님이 움직이시길 바라는가?
하나님이 내 계획대로 움직여주시길 바라는 기도를 많이 하지 않았는가?
하나님의 계획은 우리의 생각보다도 더 크고 지혜로우며 확실한 것인데..
감히 우리가 하나님이 우리의 장단에 놀아나길 바라지는 않는지...
왜 예수가 제자들을 꾸짖었는지 이해가 간다.
주님은 자신의 제자들이 여전히 예수님이 누구신지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화가 나셨다.
누가 복음에 보면 너희 믿음이 어디에 있느냐며 꾸짖으신다.
그렇다..제자들의 믿음은 하나님의 능력을 가진 예수님이 아닌...
자신들의 경험과 인간으로서 예수의 능력을 믿었던 것이다.
아....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왜 믿음이 없는가? 왜 예수님..자신을 향한 믿음이 없는가 하고 예수님은 울부짖는 것이다.
나의 모습이 그러하다...
내 장단에 하나님이 맞춰주시길..내가 쓴 극본에 하나님이 한 역할로 나오기만 기도하였던 내 모습이 부끄럽다.
예수님이 주무신다고 조급해하지 말자..떠들썩거리지도 말자..
그분을 믿자..
그분이 일어나시면 물을 퍼주시지는 않아도..
내 뜻대로 움직여 주시지 않아도..
바람을 잔잔케 하시고...바다를 잠잠케 하신다.
내 어려움을 하나님의 방식대로 해결해주신다.
그것을 기다리자..그것을 바라보자..
그것이 믿음이다.
주여 나의 믿음은 당신께 두겠습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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