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 4층 계단벽에,
빨간 색 크레파스로 이렇게 써져있다.
'복도에 똥 싸는 사람 고발합니다' (-.-);;
7층에 사는 나는 엘리베이터가 20층까지 올라가면
멍하니 서서 기다리는것 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운동을 겸해 자주 걸어서 내려가곤 하는데
언젠가, 4층 벽에 쵸콜렛...이 발라져있는 것을 보았다.
난, 그게 무엇인지 담박 알았지만...
초딩 3년 막내딸 손을 잡고 모른척 하고 내려갔다.
그리고 며칠후.....
문제의 쵸콜릿이 거대한 형태로 엘리베이터 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같이 가던 딸아이가 질겁을 하면서 말한다.
옴마....저거저거......똥....
발을 동동 구르면서 나를 쳐다본다.
음....
나는 태연하게 다가가서 이리저리 살펴본다.
음...하루 정도 지난것 같애. ..편찮으신 분이 있나봐.
옴마......편찮으시면 왜 똥을 싸?
정신없는 병이야. 그런 병이 있어.
왜?
............
문득, 친정 아버지가 치매로 돌아가시기 전에
화장실을 못찾아서 들어왔다 나갔다 하시던 생각이 떠오른다.
나는, 아버지가 왜 밤에 저렇게 들락날락 하시는지 몰랐고
화장실을 못찾아 몹시 화가나신 아버지는 결국
부엌 옆 다용도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아버지의 치매는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중에서야 아버지의 병이라는것을 알았지만
그당시는 몹시 짜증스러웠고, 이상했고,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
벽에 글 쓴 글 -@#$%^&* ....고발합니다 - 를 보고,
쵸콜릿을 처음 발견했을때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그 분은 단단히 결심하고(밤새도록 생각했을지도...)
응징을 위한 선전포고문을
크레파스로 꼭꼭 눌러 비뚤비뚤 써놓으신것 같다.
신기한 것은
이 엽기적인 글귀가 벽에 써진 다음부터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깨끗해졌다는 것이다.
편찮으신 어른이 이사를 가셨는지?
아님 그 가족이 날마다 청소를 하는지?
오늘도 계단을 걸어내려오면서
딸아이와 나는 그 글을 보고 같이 씽긋 웃었다.
옴마....근데....이 낙서는 누가 지우지?
딸아이의 질문이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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