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내미.... 우리 못내미..."
애를 일곱이나 낳은 엄마는 끄트머리로 낳은 나를 두고 늘 이렇게 불렀다.
"교회에가서, 아(baby)를 척 눕히노만(뉘어놓으면), 다들 와서 이쁘다 카는데, 야는 아무도 그런 소리를 안해~~"
엄마는 이런식으로 자세한 증거까지 제시하곤 했는데,
그것으로 부족했던지, 내가 대여섯살 즈음해서는
아예 '못난이 삼형제'-60년대말 히트상품- 인형을 사서
새카맣고 반들반들한 피아노위에 얹어두고,
셋 중 웃는 못난이 인형을 가리키면서 깔깔 웃곤 했다.
"저게 니다...꼭 니처럼 웃잖아.... "
어릴적에 나는 지독한 앞짱구였다.
언니 오빠들도 덩달아서 "짱구야...짱구..." 놀리기에 바빴다.
가족끼리 동화사에 놀러가서 사진을 찍는데
가장 어리고, 말귀도 못알아듣는 내가
사진찍을때 얼른 얼른 앞을 안 쳐다보면
"짱구야...아....!.....못내미!..."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도록 소리쳐 부르곤 했다.
이때 찍은 내 기묘하게 찌푸린 짱구 얼굴은 몇십년간 두고두고
이야깃 거리가 되었다.(내가봐도 지독하게 못난이 인형을 닮았다)
내가 확실히 좀 덜 떨어졌던가.....덕분에
나는 '못내미'라는 사실에 그다지 스트레스를 안 받고 자랐던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내가 얼마나 못생겼나에 대해 깊이 묵상을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나를 보고 '못내미...'라고 할 적마다
엄마의 눈꼬리가 얼마나 순해지고
엄마의 입이 얼마나 크게 벌어지고
또 커다란 가슴으로 얼마나 세게 껴안아주셨던 가를 기억한다.
그때 나는 엄마 품에서 또 얼마나 평안했던가....
엄마는 내게
'넌 못생겨서.... 이뻐죽겠어'...라는 아주 혼란스런 이중 메세지(pseudo message)를 강하게 보내셨던것 같다.
세월이 많이 흘러흘러 나도 엄마가 되고
예전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은근히
이중 메세지(pseudo message)를 즐기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한다.
사람들에게 내 뜻이나 느낌을 전하고자할때
언어적 메세지(말, 문자)로는 40%밖에 전달되지 못한다고 한다.
나머지 60%는 비언어적인 메세지 즉 ,표정, 손짓, 발짓, 눈빛, 목소리의 빛깔...그리고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으로도 전달되며,
이런 비언어적인 메세지는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실제로 무심코 놓쳐버리기 쉬운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내게 무언가를 이야기할때,
그의 모습을 바라보지않고 이야기의 내용만 듣는 것은
'너의 이야기는 40%밖에 들을 가치가 없어...'라는 비언어적인 메세지를 그에게 보내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고 한다.
웹상에서 글을 쓸때 괄호 안에(웃음)...뭐 이렇게 적거나,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도, 결국 좀 정확한 메세지를 전달하려고 애씀의 하나라고 하겠다.
내가, 학교에서나 교회에서 또는 집에서
장난기 어린 얼굴과, 은근한 눈빛, 또는 매서운 눈빛으로 누군가에게
싸랑해...라고 말하면서 다가가면
(내게 익숙한)그는 담박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안다(눈치챈다).
'흠...뭔가 또 부탁할게 있구만...'-동 료-
내지는
'앗, 또 걸렸구나..'-학 생-
'음...난 역시 잘했어...'-기 타- 등등
그러나,
비언어적 메세지가 차단된 상태에서(얼굴을 볼수없는)
언어적 메세지만으로 (문자만으로)
뜬금없이
'싸랑해~~'라고 하면
상대방은 나머지 60%를 짐작하지 못한 나머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이 이.... 아줌마가......뭘.... 우짜라고.....'
으~~
웹상에서 비언어적 메세지를 빠르게, 제대로 전달할 길이 없을까.
도무지 40%밖에 전달되지않는 답답함이 나의 글솜씨 없음과 더불어 강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아...못내미, 못내미의..... 한계여
명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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