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행자가 동굴에서 길을 잃었다.
그는 추위에 떨어가며 어둠을 더듬어 나갔다.
그러다가 멀리 실낱같은 빛줄기를 발견하고는 희망에 차서 다가갔다.
결국 그곳에 다다라서는 이내 실망했다.
그가 빠져 나가기에는 너무 길고 좁은 출구였다.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바깥세상의 생동감있는 공기가 손에 잡힐 듯 했는데도 그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어느 새 동굴속 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에 처참한 광경이 들어왔다.
바로 그 신기루같은 출구앞에서 먼저 죽어간 몇몇 유골들이었다.
그들은 마지막 희망이 절망과 체념으로 바뀌면서 앉아서 최후를 기다린 사람들이었다.
그도 막 그런 감정에 휩싸이고 있었다.
한기가 더욱 심해지는 듯 하여 그는 배낭속에 천 종류는 모두 꺼내어 몸을 감싸고는, 앉아서 최후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차라리 작은 아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지금 그의 몸이 조금만 더 작아졌으면..
그는 다시 일어났다.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자기 몸을 작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건 온 몸을 감싸고 있던 두꺼운 옷들을 훌훌 벗어 버리는 것이었다.
한기가 맨 살에 닿으며 에이는 듯 할 때 회의감도 들었지만 그는 멈추질 않았다.
이러나 저러나 최후를 맞이하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벌거숭이가 된 그는 그 출구로 조심스레 머리를 집어넣었다.
의외로 출구는 그의 몸이 빠져 나갈만 했다.
날카로운 바위에 긁혀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그는 계속 나아갔다.
하지만 가도 가도 끝은 다가오지 않는 듯 했고 차라리 저 안에 가만히 있었을걸하는 후회도 밀려왔다.
그러나 이제 멈추면 더 비참한 최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이를 악물고 나아갔다.
그리고 그는 결국 바깥 세상의 공기를 맛볼 수 있었다.
그가 벗어 던진 것은 고정관념과 낡은 세계관이었고 바깥 세상은 그것이 필요없을 정도로 따스했다.
(좀 재미있는 글을 올리려고 하는데 잘 안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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