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꾸무리하더니 결국 비가 오고야 만다...
은아는 작년 이맘때 소풍날도 비가오는 바람에
(그날은 출발하자마자 시작했다)
차안에서 점심을 먹고
불국사는 보는 둥 마는 둥 돌아왔노라고 투덜대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 또....비다.
어제 저녁내내 장롱을 열고 이 옷, 저 옷을 꺼내서 부산을 떨더니
결국 사촌언니에게 얻은 썬글라스까지 꺼내서 걸치고
커다란 썬캡을 쓰고는 방문까지 닫아놓고
혼자서 온갖 여시(fox)짓을 다 하고있는 눈치다.
아들 녀석과 참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바라본다.
선천적으로 소심하기가 이루말할데가 없는 은아는
어려서 집에 낯선 사람이 오면
엄마 등 뒤로 후다닥 숨는게 일이었다.
낯가림이 심하고, 유달리 예민한 탓인지
유치원에 들어가서는
3일에 한번 꼴로 결석을 했고,
초등학교에 갓 입학해서는 한달 내내 아프기까지 했다.
그럭 저럭 4학년이 되어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눈치라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지난 달에는 학급 부.회.장.이 되었다고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자랑한다.
니가..머.....머라고 인사말을 했는데???....
오빠를 포함헤서 우리 모두는 합창을 하며 물었다.
은아는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어...애들이 막 떠들때 빨리 말했쥐.....
아...그랬구나.
회장 부회장이 늘 부러웠던 은아는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포기했단다.
이번에는
부회장에 출마하는 아이들 숫자가 제법 많았고
어찌어찌 용기를 내서 제일 마지막에 나가 조마조마 서있다가
인사말 듣느라 지루해진 학급 아이들이 떠드는 틈을타서
잽싸게 작.은. 소리로 말했던 것이다.
...제가 부회장이 되면...웅얼웅얼...와글와글......
'놀라운' 이 작전이 성공하여
가볍게 부회장이 된 아이는
용기백배했는지...
6학년이 되면 전교 부회장에도 장차 출마해보겠노라고한다.
이 사랑스런 아이가
소풍때문에 흥분한 나머지 새벽부터 일어나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는 내 옆에서 노래하듯이 흥얼댄다.
빵 위에 햄 , 그위에 또 빵 한장
소금에 절인 오이,
또....빵 한장, 그위에 소금에 절인 당근,
빵 한장... 그위에 계란 흰자 무침,
빵 한장... 계란 노른자 무침,
빵 한장 그위에 잼...그리고 빵.
이렇게 일곱장의 빵이 차곡 차곡 포개지고
무거운 도마 아래에 눌려서 납작해지면
껍질을 뜯어내고 여섯등분으로 나누어서
입을 크게 벌려야만 들어갈 정도의
알록달록하고 먹음직한 샌드위치조각들로 탄생한다.
엄마가 만든 샌드위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친구들이 모두 하나씩 달라고 해요. 많이 많이 싸주세요.
(모두 김밥을 싸오기 때문에 샌드위치가 인기가 있는듯 하다.)
곁에 붙어앉아서 쉴새없이 조잘댄다.
소풍에의 기대와 설레임으로 너무 너무 흥분된 딸아이를 보면서
행복이
목구멍까지 꽉꽉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어느새 금호들판이 안개비로 촉촉하다.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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