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나의 어록에
"아 정말 안토니아스 라인스러운 기분이군."
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심지어 불가능한 듯 싶은가.
나를 이해시킨다는 것은 그러니 또
얼마나 버거운 일이냔 말이다.
그래서 사는 게 참 쓸쓸하다.
세상 살아가는 일이
딱 명쾌하게 한 가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것 같다.
분명한 것은
태어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이해하고(라고 생각했다가 금방 잊지만), 사라지고..
하는 우주 보편의 사건들.
그 외 살인도 동성애도..
결혼이라는 제도적 장치에서 벗어난 여인 4대와
그들을 둘러싼 이웃의 삶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채점하지 않는 카메라의 움직임.
인간의 이해와 능력을 벗어나는 일들이
오히려 이해할 필요가 없기에 간명한 진리로 와 닿는 듯한.
그래서 아 맞다, 사는 게 이런 거였지..싶은.
오늘 슬퍼도,
오늘 아파도,
살면서 언젠가는
오늘처럼 아팠었고,
오늘처럼 괴로웠지만
어제까지 또 잘 살아왔으니
오늘도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대결하면
또 살겠구나..하는,
내가 좋아하는 어른의 문제대응방식을 기억도 하고.
하루 쯤 아픈 일이
세상 아름다운 생명의 시작이나
누구의 것이라 할지라도 엄숙하지만
그것 그대로 자연의 일부인 죽음..
그 같은 삶의 흐름을
사람이 어찌할만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
때로 아프게 얼룩졌다 싶을 때,
나레이션으로 시종일관 덤덤한 어조를 유지하며
저녁 빛 같은 감도의 화면으로
마음을 붙들었던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을 생각한다.
"슬프거나 화나거나 억울하거나 아프거나하지만
삶의 흐름 앞에 마음을 멈추어 서 보고 싶어지다."
오늘,
아주 제대로 안토니아스 라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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