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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반 정도 '수도하는 사람'과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순진리회'에서 나온 사람이라는 건 이야기의 말미에서 겨우 이야기해 주더군요. 음, 호기심에서 질문을 많이 했는데, 말을 전하는 사람답게 막힘이 없었지만 토론을 위한 기술은 조금 부족해 보였습니다.
제가 한가해 보이나봐요...하긴 한시간 반을 길거리에서 응대한 나도 그렇지만(웃음).
아, 대진 대학교, 분당 재생병원 등 '재생 병원'들이 모두 이 대순진리회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기관이랍니다. 참고로 길에서 이렇게 수도하는 분들은 병원에서 5%정도 할인혜택이 있다고 하네요(얘기하다가 별걸 다 알았음).
음, 대순진리회의 교리는 이런식입니다. 천지를 창조한 '상제님'이 있고, 세상이 혼탁해지는걸 마음아파한 '상제님'께서 1875년에 '전라도'에 오셨다고 합니다(이후로 1만2천 명의 도통한 사람들이 나오게 되는데 이 사람들도 전라도에서 나온다고 하니 호남지역에 특히 이 종교가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본인들은 이 '진리'를 '종교'라고 부르는 걸 무척 싫어하겠지만) 인간의 몸으로요. 그래서 천지의 혼탁한 무질서를 뜯어고치는 '공사'를 하셨고 지금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지금의 세상의 혼란과 무질서는 그 '공사'에서 다 예정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말을 믿지 않으면 나중에 '뼈저리게' 후회할 날이 온다는 '주의'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수도'는 이전의 혼탁한 기운을 없애고 앞으로 다가올 미륵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하는 거랍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제일 땅의 기운이 강한 곳이며, '상제님'이 한국에 태어날 것이라는 것은 중국을 비롯한 '비결서'에 수도없이 예언되어 있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 믿는 하나님은 환인의 열두번째 딸이 '서역'으로 건너가서 토착화된 지방신으로 바뀐거라 하더군요(그 딸 이름이 '여호와'랍니다). 모든 이야기에 이 사실은 명백한 기록으로 남아있는 거라는 말을 하며 듣도보도 못한 사람의 듣도보도 못한 책이야기가 길게 이어졌습니다. 가방에서 '전경'이라는 책을 꺼냈는데요 그게 대순진리회의 경전인지 하도 보아서 책이 다 닳았더군요.
후발종교이어서인지 기존의 종교를 한 묶음으로 돌려 세우고(가령 석가나 예수나 공자도 다 '상제님'이 예정한 거다 라는 식) 여러 교리가 혼합되어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에서 도를 전하는 이유는 도를 전하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합니다. 증산도는 대순진리회와 신으로 추앙하는 대상은 같은데 '종통'이 다른 집단이라고 하네요(좀 얕보는 투로 말했음).
가르침에 놀랄만한 교훈이나 감동같은건 전혀 없었던 점이 한시간 반이나 이야기한 저로서는 무척 아쉽더군요. 길에서 말을 건네거든 별도로 시간을 내어 응대하실 필요까지는 없겠다, 고 생각합니다. 특히 예수믿는 분들은 그들의 입에서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것'을 확인하시게 될 테니 결코 유쾌한 경험은 하지 못하실 거구요. 호기심에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별 성과도 교훈도 없었으니 저처럼 시행착오는 하지 마시라는 뜻에서 글로 남겨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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