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하는 사람
의 바구니에 돈을 넣었습니다.
국민학교 3학년때였을까요...그 때 담임선생님은 제가 많이 좋아하고 존경하던 분이었는데,
걸인에 대하여 단호하게 게으른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 걸인들에게 돈을 줘 버릇하면 안된다고까지 하셨지요.
그 때 제가 살던 곳은 미군부대 뒷편 용산구 남영동이라는 동네였고, 그 때만해도 우리네 살림형편이 아주 좋은 시절은 아니었던지라 길 곳곳에 걸인들이 꽤 많았습니다.
집으로 직접 구걸을 오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요.
어머니는 자식을 둔 이는 항상 손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던 듯 합니다.
특별히 제게 말로 가르치시는 법은 없었지만,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든지, 걸인의 바구니에 단돈 10원이라도 넣는다든지
(그 때는 10원도 제법 큰 돈이었습니다) 하는 일을 자식앞에서 몸소 보이곤 하셨지요.
하지만 저는 선생님 말씀을 들은 이후로 한 번도 그 바구니에 돈을 보태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시는 어머니에게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쫑알거리기도 했었지요.
어머니는 별다른 말씀을 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아마 학교 선생님의 말씀이니까...라고 생각하셨던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어머니는 선생님의 어떤 말씀도 그르다고 하신 적이 없기도 합니다...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꽤 있으셨을텐데도 말이지요...
(덕분에 선생님 말씀 잘듣는 착한 어린이이기는 했었습니다...-_-; )
그 때에 굳어진 의식을, 서른 남짓하는 나이까지 한 번도 깨 본 일이 없습니다.
불쌍한 사람이니까 주어야 한다든지, 적선
(이 단어 별로 안 좋은 단어라고 생각합니다)을 하면 남들이 나를 착하게 볼 것이라든지, 그런 것도 낯간지럽고, 어떤 때에는 저 사람, 사지 멀쩡해뵈는데 왜 저러고 있나 싶기도 했었지요...
말하자면, 내가 돈을 줄 이유를 모르겠더란 말이지요.
그리고 오늘 어떤 걸인의 바구니에 지폐를 접고 또 접어 올려놓았습니다.
저는 그 걸인을 한 달 쯤 전에도 지하철에서 본 일이 있습니다.
그 때에 그는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인듯, 주섬주섬 돈을 세어넣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바로 뒤에 서 있었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불현듯 눈물이 흐르더군요.
앞이 보이지 않는 그의 희끗한 뒷모습이 아버지를 생각나게 했기 때문입니다.
맹인용 지팡이를 짚는 모습이 서툰 그 사람은 아버지처럼 어떤 사고로 앞을 못 보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리는 그 사람을 보면서, 다시 만나게 되면 반드시 그의 바구니에 보탬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퇴근길에 그를 보았습니다.
눈치채지 못하게 돈을 올려놓을 생각이었지만 지하철의 흔들림에 그만 손이 닿고 말았습니다.
그는 허리를 깊게 숙였고, 저는 민망해 후다닥 자리에 앉아버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정말 불쌍한 맹인이냐 아니냐, 그런 것이 아닐 것입니다.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내 것을 조금이라도 나눈다는 것, 단지 그것뿐이지요.
사실, 저의 오늘의 행위는 나눔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것입니다.
積善이라 하기에는 더더욱이나 가당치 않은 일이지요...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나누는 것...
너무나 당연한 일을 그 동안 뻔뻔하게 외면하고 있었던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니고 있는 수만가지 못된 버릇 중에 하나를, 고칠 실마리를 겨우 얻은 듯 합니다...
명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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