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섬 바닷가

초딩들의 대명사 '즐'.
대략 '엿먹어라', '꺼져라' 따위의 뜻으로 알고 있으리라.

일단 즐의 공식적 파생진원지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라는게
학계(--;;)의 일관된 통설이다. 파생 어원에 비춰본 뜻은 '꺼져라' 쪽에 가깝고...
원래 즐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언어의 역사성이랄까
거기다 인터넷 특유의 축약성이 더하면서 즐이 된거지. 뭔 얘기냐.

리니지같은 온라인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간에 거래 시스템이 있다.
게임 자체에 '돈'이 있어서, 자신이 가진 돈을 지불하고 상대방 플레이어가 가진
아이템(칼, 총, 갑옷 따위)을 살 수가 있단 말이다. 그래서 오프라인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마을회관 같은데에 가보면 자신이 가진 여분의 아이템을 팔려는 사람들과
자신이 필요로하는 아이템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예를 들어보자.
푸르메님이 급전이 필요해서 자신이 가진 갑옷을 팔고 있다고 치자.

푸르메 : 갑옷 300만원에 팝니다. 갑옷 300만원에 팝니다.

그때 마침 갑옷을 필요로 하던 에스키스님이 푸르메님에게 말을 건다.

에스키스 : 님아.(전형적인 존대어 파괴의 예 -_-;;;)
푸르메 : ??
에스키스 : 갑옷 300?
푸르메 : ㅇㅇ ('네.'라는 뜻)
에스키스 : 250에 해주셈. 돈이 이거바께 엄써여.
푸르메 : 안되염.
에스키스 : 님아. 부탁드려영. ㅠㅠ
푸르메 : 저도 돈이 필요해서 그래여. 지성.(죄송)
에스키스 : 어쩔 수 없네여. 그럼 이만. (__ );;
푸르메 : 지성여. 그럼 즐거운 게임 하세여-

물론 굉장히 모범적인 예문을 작성한거고 실제로 이렇게 격식을 차린 대화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지막 문장에서 '즐거운 게임'이라고 썼는데 일상적으로는 축약형인
'즐겜'이라는 단어가 보편적이다. 채팅에서 '즐팅', 사진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걸 일컬어
'즐감'이라고 말줄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물건 파는 입장에서는 에스키스님과
같이 거래조건에 맞지 않는데도 떨거지처럼 따라 붙는 사람이 상당히 귀찮으므로
대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에스키스 : 님아.
푸르메 : ??
에스키스 : 250에 해주셈. 돈이 이거바께 엄써여.
푸르메 : 안되염.
에스키스 : 님아. 부탁드려영. ㅠㅠ
푸르메 : 즐겜하세여. (그리고 무시한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나마 이것도 귀찮으니까 결국 이런 식이 된다.

에스키스 : 님아.
푸르메 : ??
에스키스 : 250에 해주셈. 돈이 이거바께 엄써여.
푸르메 : 즐겜여.
에스키스 : 어케 안되나염?
푸르메 : 즐~ 즐~

말줄임의 예술적 경지를 엿볼수 있지 않은가? -_-;;;
여기서 더 나아가 푸르메는 아예 이런 떨거지의 접근 자체를 막기 위해
이렇게 물건 판매 광고를 한다.

푸르메 : 갑옷 300에 팜. 흥정 즐~ 갑옷 300에 팜. 흥정 절대 즐~

멋지지 않은가......
다들 이제 '즐'이 뭔지 느낌이 오시겠지? 초딩만이 쓰는 단어가 아니다.
축약의 경지에 오른 일개 단어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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