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일학교 교사를 시작한지 2년이 조금 넘습니다.
올해 초에 멀리 이사를 가서 다른 교회로 옮긴 6학년 아이가 (물론 제가 담임 이었지요) 있는데,
얼마전 퇴근길에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문제는 그 아이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는데,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정류장에 내려 해어질때 까지 정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뻘쭘하게 옆에 서있었습니다.
문득, 다른 선생님들 이었다면 정말 반가워 해주고 이야기도 많이 했을 텐데
나는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를 그만 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참했습니다..
저는 정말 자격이 없는 걸까요..?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안녕하세요? 주일학교 2년차 교사이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고등부교사만 7년 했어요.....그냥 여러해 선배라고 생각해두시면 됩니다(^^;).우연히 만난 옛제자가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정작 본인은 한마디도 못했군요. 뻘쭘하게 옆에 서서....헤어질때까지 그냥 있었군요.....그때 스쳐지나가는 생각에....다른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본인이 교사로서 비.참.하게 생각이 되었나봅니다. 당시에는 얼마나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더욱 자신의 행동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라는데 생각이 미치면서... 왜 그랬을까? 나는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 교사를 그만두어야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들었군요.
다음에 그 학생을 다시만난다면,
저라면 지금의 이 심정을 자세하게 그 학생에게 들려줄것 같습니다. 사실 너를 처음만났을때 내 심정이 어땠고, 너에게 아무말도 못하면서 난 정말 뻘쭘했고, 침묵하면서 느낀 점은.........해서 몹시 참담했었단다. 난 정말 왜이러지? 교사를 그만두고까지 싶었단다...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할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선생님은 '선생님상'을 나름대로 가지고 계신지요? 이 짧은 글을 통해서 다 알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선생님은 학생에게 보여지는 약간의 '가면'같은 부분을 중요시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사로서 어떤 자격을 갖추고, 모범이 되고, 완벽하게 아이드을 케어해야하는...신앙심과 자비심과 지식까지 겸비한 그런 상을 꿈꾸고 계신것은 아닌가요?
우리의 모습 이대로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한다면, 어때요? 용기가 나지않습니까?
선생님은 완벽하셔서 선생님으로 픽업되셨나요? 아니죠?
물론 저도 아닙니다. 저는 오늘도 약간의 우울감으로(며칠째 계속되는) 드러누워있었답니다. 인간의 어쩔수 없는 약한점....이것을 그냥 바라보세요. 나의 약한점을 그대로 수용할수 있는 용기. 그래요 그건 용기랍니다.
그 학생과 연락을 할수 있다면 한번 만나도 좋겠네요. 단번에는 어려울겁니다. 멜을 주고받으셔도 좋구요. 친구들을 동원해서 연락을 취해보세요. 아마...그 학생은 조금도 심각하지 않을수도 있을거예요. 선생님이 컨디션이 안 좋구나...뭐 이정도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까맣게 잊어먹고 있을지도 몰라요. 선생님과 만남 자체도 말예요.ㅎㅎ
용기를 내세요. 내 모습 이대로 사랑하시는 분을 생각하시구요.
신선한 선생님의 고민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샬롬!!
posted at 2003-12-09 03:03
coramdeomoon is level 6 llllllllll
새벽에 잠이 깨버렸답니다....노화현상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 써댄 글이 너무 강한 맞닥뜨림이 아니길 바라면서 로저스의 말을 덧붙입니다.
'나는 나 자신을 수용적으로 경청하고, 나 자신일수 있을때
보다 효율적임을 발견한다. 신기한 역설은,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할때,
내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On Becoming a Person(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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