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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야기 1
가까이에 있는 편의점에서 비락 식혜를 한 개 사들고 들어오는데 저쪽에서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고 놀던 아이가 발라당 넘어진다. 때마침 옆을 지나던 여학생이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생채기는 없었지만 오른쪽 페달이 빠져버렸다. 손에 페달을 들고 이리 저리 맞춰보지만 난감한 표정이다.
나도 자전거 수리공구를 챙겨와 그 사건에 뛰어들까 생각했다. 하지만 일전에 인터넷에서 갑자기 빠져버린 페달을 끝내 고치지 못하고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간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라 망설여졌다. 여학생은 가방을 뒤적이더니 휴대전화기를 꺼내 아이한테 번호를 누르게 하고 아이 부모인 듯한 사람과 잠시 통화를 했다.
이야기는 잘된 모양이었다. 모퉁이를 돌아 더 이상 둘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여학생과 아이는 자전거 옆에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 무릎을 가지런히 모아 두 팔로 껴안은 자세로 -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방안에 들어와서야 '사진으로 찍어둘 걸!!'하고 부산을 떨며 카메라를 찾고 건전지를 찾고 해서 다시 나가보니 둘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어제 이야기 2
화장실 3사로 변기위에 앉아 시선을 오른쪽 아래로 내리면 조명이 미치지 않아 어둑어둑한 구석에 시커먼 덩어리가 몇 주 전부터 눈에 거슬렸다. 작대기라도 하나 가져와 긁어 내버려야지 하면서도 왠지 내키지 않는 마음에 있던 그대로 놔두었었다. 전등이라도 들고 와서 그 덩어리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아 보아야지 여러 번 생각했지만 갈 때마다 잊고 아차했다.
그러다가 어제 무심코 거기를 봤더니 글쎄 허연 덩어리가 크게 솟아나 있는 게 아닌가! 눈을 비비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이건 버섯이다!! 그 왜 마당 어귀에서 자주보는 긴 대롱에 조그만 삿갓 달린 군락 말이다. 오... 화장실에서.... 오.... 이런.... 하고 감탄을 하며 사진으로 찍어두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또 잊어버렸다. 방금 전에서야 그걸 기억해내고 카메라를 손에 든채 화장실로 부리나케 달려갔지만 아뿔사..... 몇 주 동안 방치되어 있던 그것이 왜 간밤에 그토록 말끔히 청소가 되어있는지.....!!!
누굴 향한 것인지 모를 짜증이 왈칵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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