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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날라리 크리스찬인 내가 무려 부조장씩이나 하게 된 것은, 당연히, 불순한 목적이 개입되어 있었다. 이건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 아무튼 아무 능력 없는 자가 분에 넘치는 직분을 맡은 살 떨리는 심정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타고난 통찰력에 더하여진 상담의 은사가 있는 우리 조장님과는 달리 나는 조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조에는 아픈 사람이 많았다. 곧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기도제목을 종이에 뽑아 기도를 하기로 했다.
나는 말이 어눌해서 기도를 잘 하지 못한다. 청산유수 같이 한 시간 두 시간 일장 기도를 늘어놓는 것도 전혀 이해가 불가했다. 성도들이 모여 통성 기도를 하는 중에는, 떠듬떠듬 몇 마디를 하다가 주변의 소리에 휩쓸려 어느새 중언부언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 일쑤다. 그래서 대개는 혼자 주변을 멀뚱멀뚱 쳐다보거나, 성경을 뒤적거리는 게 보통이었다.
고심 끝에 조원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따로 갖기로 했다. 처음에는 매주 두 번, 화요일과 토요일 오후, 교회의 기도실을 찾았다. 사람들이 없어서 버벅거리며 기도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준비해간 기도 제목을 읽으며 소박한 단어로 기도를 했다. 눈물이 나왔다. 첫 날 기도실을 나왔을 때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기도는 오래 할 수 밖에 없구나.....
1월 21일 조원 중 한 자매가 방글라데시로 12박 13일 여정의 타문화권 선교를 떠났다. 마음은 그를 향해 끓어오르는데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특히 금전적으로...) 아무 것도 없음을 또 다시 깨닫고 깊은 무력감을 맛보았다. 1월 1~3일 전교인 금식기간에도 '사람이 굶고 어떻게 사냐'며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살았던 내가 조장님과 함께 뜻을 모아 조원 전체가 타문화권 선교기간 동안 돌아가며 금식기도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 날부터 그 자매를 위해 새벽기도를 시작했다.
조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대에서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물은 사랑하는 지체들을 기도의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조원들로부터 가장 위대한 선물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무 능력도 없는 조장과 부조장이 조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은 바로 그들을 향해 사랑과 긍휼을 품고 기도를 하는 것이다. 지금 실행해 보라.
덧.
입이 어눌해서 기도를 잘 못하는 분께 저 '종이에 기도제목을 적어(출력하여) 기도하기' 방법을 추천한다.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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