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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을 본지는 며칠 되었고, <손님은 왕이다>는 상당히 지났습니다. 더 미루다가는 아예 못 적을 수도 있겠다 싶어 같이 영화평을 올립니다.
<왕의 남자>에 이어, 이 두 편의 영화를 보면서 내린 결론이랄까...... 이제 이 한국땅을 살아가는 감독들이 영화가 뭔지를 아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표현입니다만, 우선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아니라 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를 감독이 안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더라도 그 배합의 양과 순서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요리가 나오게 되는 것처럼, 뼈대에 해당하는 이야기 줄기를 가지고 그것을 어떻게 엮느냐 그리고 각 부분의 살은 얼마나 더하고 얼마나 뺄 것이냐에 따라 근사한 영화가 나올 수도 있고 엉터리 영화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 영화를 찍는 감독들이 그 감각이 생겼다는 거죠.
이채로운 것은, 영화에 영화 외적인 요소를 섞는 시도가 신선함을 넘어 원숙한 데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입니다. 이런 퓨전적인 경향은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처음 맛보았습니다. 갈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럽네요. 스포일러라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지만, <손님은 왕이다>에서 '명계남' 씨를 캐스팅한 것(그냥 이렇게 표현하겠습니다)은 압권이라고밖엔 표현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외에도 음악이라든가 카메라 구도, 그리고 디테일 등에 있어서도 거의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제가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차용한 것인지 창안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음란서생>에서 저잣거리를 형형색색의 하녀(?)들이 강남대로를 달리는 자동차마냥 분주히 오고가는 장면은 참으로 명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
<손님은 왕이다>는 영화를 보는 중에는 별 두 개 반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가 끝난 직후 별 세 개 반으로 급상승....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최종적으로 별 네 개를 줘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곱씹어 생각할수록 흥미로운 영화예요. 게다가 우리 나라 영화 제작 현실에서 성지루 씨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평가해주고 싶은 영화죠. 물론 연기도 매우 잘 하셨구요.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고 단기 종영된 건 매우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음란서생>은 분명 홀스크들께 불편한 영화가 될 것입니다(어쩌면 이 영화의 풍자 대상인 '양반'이 바로 홀스크가 될 수도...;;;). 아주 야합니다. 정말 야합니다. 어떤 영화평을 보니 '야한 거 하나도 안 나와서 실망'이라는 분이 계시던데, 남녀가 홀딱 벗고 나와서 질펀하게 섹스를 해야만 야한 게 아니죠. 이런 영화가 진짜 야한 영홥니다. -_-)/
쨌건, 어찌나 재미있던지 눈물을 흘리면서 관람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영화 보고나서 박수를 친 건 <시카고> 이후로 아마 요게 두 번째일 겁니다. 망설임 없이 <투사부일체>를 '쓰레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음란서생> 같은 영화가 현실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하면 별 다섯 개를 줄 수도 있었습니다만, 두 인물의 감정 묘사에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미흡함이 있어 반 개를 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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