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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잔정이 많고 부드러우며 자상하기까지 하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따금 애가 아주 야비해지고 냉소적으로 변할 때가 있다. 오늘 일만 해도 그렇다.
2주전 화요일(3월 9일), 휴학 전에 잃어버렸던 학생증을 재발급 받으러 학내 원스톱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서류 한 장을 작성케 하더니 그걸 가지고 근처 하나은행으로 들고 가란다. 원스톱 서비스 라면서 왜 여기저기 가게 만드는지..... 뭐, 거기까지는 이해했다. 서로 좋은 게 좋은 거잖은가. 하나은행에 가서 서류를 제출했더니 수수료랍시고 3천원을 받으면서도 2주 뒤에 원스톱 서비스 센터에서 찾아 가란다. 당장 발급이 안된다나? 그래, 거기까지도 이해를 해줄 수 있다.
2주가 지나고 여유로 며칠을 더 붙여 오늘 다시 그곳을 찾았다. 대답은 이랬다.
"아직 안 나왔거든요."
너무나 명랑한 목소리가 나를 화나게 했다. 내가 어디서 무슨 말 하고 다니는지 기억을 거의 못하는 편임에도, 그 상황은 이를 아드득 갈면서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었기에 토씨 하나 하나 기억난다.
"네-에?"
"아직 안 나왔다구요."
"(잠시 생각하고) ............. 2주후에 오라면서요?"
"아... 그게, 요즘은 학기초라 학생증이 많이 밀려서요."
"(잠시 생각하고) ............. 그런데 2주후에 오랬잖아요."
이때부터 그쪽도 실실 쪼개는 걸 멈추고 정색을 했다.
"학기초라 3주후에 나오는 걸로 해야 되는데 전달이 잘 안된 것 같습니다."
"(잠시 생각하고) ............. 잠깐만 잠깐만.
하나은행에서 일처리를 제대로 못했단 얘깁니까, 여기가 제대로 못했단 얘깁니까?"
"음.... 그러니까.... 하나은행이 착각한 것 같습니다."
그를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았다.
"그럼 3주후에 나오는 게 정상이란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하고) ............. 정확한 날짜가 언젠데요?"
"(달력을 뒤적뒤적 거리면서) 4월 첫째주 말쯤에 오시면 되겠습니다."
"아니 아니. 정확한 날짜를 말하라구요."
"음.... 그러니까..... 4월 8일이나 9일쯤...?"
"(잠시 생각하고) ............. '쯤'이라는 건 확실치 않다는 거 아닙니까?"
"사실 정확히는 모르거든요."
"(잠시 생각하고) ............. 아까는 3주라면서요."
"그건 맞는데...... 하나은행에서 제때에 넘겨줘야 되는데......"
더이상 얘기를 해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10초쯤 아무 말 않고 그 사람 얼굴을 쏘아보다가 걸어나왔다.
사람 사랑하자 사람 사랑하자 하면서 이 야비함과 냉소는 떨쳐지지가 않는다.
예전 신길역무원한테 전화를 걸어서 개새끼 소새끼 해댄거나
서른 조각씩 여섯 무더기 이야기도 전부 이 냉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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