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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목사님 심방온다고 대문밖에서 서성이시던 아버지가 발작을 일으키셨다.
하필이면 심방날에 창피하게 이게 뭐야 하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기도, 그리고 아버지를 위한 기도를 뒤섞인 기도를 하고 있는데
까만 양복을 입으신 삐적 마르고 금테안경을 쓰신 목사님이 들어오셨다.
부목사님이셨다.
난 담임목사님이 아니어서 적잖이 실망했다.
무언가 영발이 떨어진다고 믿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새로오신 교구 부목사님은 어설프고 젊은모습이 노련미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예배시간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이부자리에 누워계셨다.
예배가 끝난후에 부목사님은 나를 부르셨다.
교회로 돌아가는길이 헤깔리는데 역전까지만 데려달라고 하셨다.
난 이런 바보같은 어른이 도대체 목사까지 하다니 하고 생각하고선 겉으로는 ‘네! 제가 모셔드릴께요!’라고 외치고, 돌아오는길이 심심할까봐 여동생의 손목을 잡았다.
한참 걷다가 역전이 눈에 보이는데 목사님이 말했다.
‘너희들 자장면 먹고 싶지’
우리는 깊이 생각할틈이 없었기에 큰소리로 네!라고 외쳤다.
눈앞에 까만자장면을 목사님이 비벼주시면서 ‘많이 먹어라!’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둘은 정말 맛있게 먹었다.
오죽했으면 난 20년이 넘은 얼마전에도 그 자장면집에 가서 먹고 왔으니까 말이다.
자장면을 다 먹어갈즈음 목사님이 나에게
‘네가 오빠지?’하고 당연하게 묻고는 내 바지주머니에 천원짜리 몇장을 꼬깃꼬깃 접어서 넣어주셨다.
그건 그날 우리 어머니가 심방헌금으로 드린것이었다.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고 우리가 자장면을 다 먹고 나왔을때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난 그 목사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큰 교회에 여러명의 부목사중에 한명이었고,
기억나는건 그날 목사님은 자장면을 먹지 않았다.
이 작고 사소한 사건후에
난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쓰라고 할때마다
‘목사님’이라고 쓰게 되었고, 그걸 보신 어머니는 세상 다 얻는것처럼 기뻐하셨다.
* 가난했던 나에게 그리고 여전히 가난한 나는 어떻게든 할수만 있다면 돈이 잘 벌리는 다른일을 하고 싶다.
* ‘무엇 먹고 싶니?’
요령이 부족한 전도사인 나는 D교회 목사님 아들을 몰래 불러서 물어보았다.
‘무얼 좋아하니?’
그녀석은 가만히 웃으면서 ‘난데모 이이데데스요..’라고 말한다.
뭐든지 좋다는거다.
‘일본어 쓰지 말랬지!’
꿀밤을 먹이곤 그 녀석이 좋아한다는 맥도날드 앞에 갔다가
발을 돌렸다.
이건 아니다.
그리곤 옆에 있는 빅토리아라고 하는 스테이크 집에 들어갔다.
‘스테이크 좋아해?’라고 물으니
‘스테이크가 뭐에요?’라고 되묻는다.
가난한 목사아들은 스테이크도 모르는구나. 하고 가슴이 턱 막힌다.
그 가난한 목사는 교인 20명을 앞에 두고 설교를 한다.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한참 후배인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후원에 의지해야 하는 선교현장은 선교사를 거지로 만들거나 사기꾼으로 만들고,
가난한 목사는 어디가도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심지어 제 자식에게까지도 말이다.
‘이렇게 비싼거 먹어도 되요?’라고 목사아들이 물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란다.
‘걱정마! 지금 런치세트라 저렴해! 그리고 전도사님은 엄청 부자야!’
녀석은 함박스테이크 나는 살로만스테이크를 시켰다.
잘먹는게 이쁘다.
그날, 까만양복 입은 목사님도 나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을까?
내가 이렇게 밥을 사준다고 나는 그에게 혹은 하나님께 빚을 갚을수 있는건가?
계산대에 가서 2,000엔을 지불했다.
오랜만에 사치를 부려 보았다.
* 며칠 있으면 이곳 동경에 서울의 큰교회에서 온 사람들의 대형집회가 열린다.
이곳의 가난한 목사들중 몇은 그걸 ‘30억 파티’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파티에 가난한 나는 초대받지 못했고,
난 정말 그 돈이 3억엔짜리라면 사줄 수 있는 스테이크가 몇 개인지 계산하고 있다.
이젠 가난하면 생색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럽다.
뭐 돈도 좋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곳에 잘 쓰여지길 기도한다.
귀한 헌금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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