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는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프리츠가 성 마태 상을 받침대에 올려놓기 위해 크레인을 가지러 와서 그대로 열어 두었던 것입니다. 나는 열 명의 방위대원과 함께 안뜰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차고 안에는 소방펌프가 있었습니다. 나는 명령했습니다.
“빨리 호스를 풀어라!”
우리는 잠겨 있는 호스를 서둘러 풀었습니다. 그리고 호스를 끌고 염소 광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가 이 비밀무기를 들고 염소 광장에 나타나자 방위대원들은 모두 환성을 지르며 우리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토마스가 외쳤습니다.
“정말 멋지다, 교수!”
나는 호스를 읍사무소 옆에 있는 소화전에 이은 뒤 금속으로 만든 무거운 호스 끝을 들고 큰 길로 달려갔습니다. 해적들에게는 우리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들 모습이 큰길 모퉁이의 집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외쳤습니다.
“소화전을 열어!”
토마스가 소화전 마개를 열었습니다. 물이 너무 세차게 호스에 흘러들어 나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습니다. 큰 물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겨우 호스 끝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맥스, 하인츠, 루트피 등이 나에게 달려왔습니다. 우리는 호스를 큰길까지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아섰습니다.
나는 팔뚝만큼이나 굵은 물줄기를 정확하게 전차에 겨누었습니다. 전차 안에 있던 해적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감자를 던지는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무서운 기세로 해적들을 공격했습니다. 쏟아져 나가는 물줄기가 닿을 때마다 적은 뒤로 벌렁 나자빠져 버렸습니다.
오스칼은 운전대 옆으로 엉금엉금 기어 들어갔습니다. 다른 해적들은 비명을 지르며 전차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토마스는 새로운 공격을 시작하기 위해 방위대원들을 모이게 했습니다. 그 동안 프리츠와 부하들은 큰길로 들어가 적을 공격했습니다. 그리하여 해적들은 완전히 포위당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해적들이 마지막 공격을 해 왔습니다. 그들은 바지 주머니에 감자를 잔뜩 집어넣고 달려오며 우리에게 집어던졌습니다. 그와 함께 다른 해적 무리도 프리츠 부대에게 감자 탄환을 빗발치듯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호스를 해적들에게 돌리려 했으나 그 때 얼굴 한 가운데로 감자가 날아왔습니다. 너무나 아파서 나는 그만 호스를 놓치고 뒤로 비틀거리다가 하인츠와 맥스에게 부딪쳤습니다. 우리는 모두 미끄러져 땅바닥에 넘어졌습니다. 호스는 제멋대로 꿈틀거렸습니다. 우리는 물에 흠뻑 젖었습니다.
나는 얼른 소리 질렀습니다.
“소화전을 닫아! 빨리, 빨리!”
누군가가 재빨리 소화전을 닫아 물이 멈추었으므로 나는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러나 이미 해적 여럿이 호스에 달려들었습니다.
다시 싸움이 붙었습니다. 오스칼이 소화전까지 달려와 마침내 소화전 열쇠를 뺏어 갔습니다. 토마스는 대여섯 해적들에게 몰려 읍사무소 층계까지 밀리고 있었습니다. 마리안느는 층계에 버텨 서서 모아 놓은 감자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프리츠와 그 부대가 도와주러 왔습니다. 프리츠 부대는 싸움 한가운데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자 해적들은 다시 후퇴하여 재빨리 또 전차에 올라타서 감자 탄환을 던졌습니다.
이제 우리가 전차를 빼앗지 못하면 적에게 이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소화전 열쇠도 오스칼에게 빼앗기고 말았으므로 호스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직 염소 광장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해적들은 큰길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프리츠의 작전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이제 대원들을 나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염소 광장을 지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방위대원들은 큰길 모퉁이에서 두 개 부대로 나누어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래 계속되는 싸움으로 대원들은 거의 지쳐 있었습니다. 황금 피리관 창문에는 여자 아이들이 붙어 서서 초조하게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큰길 모퉁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해적들은 전차 가까이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해적들은 모두 감자를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오스칼과 부관들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작전을 꾸미고 있는 듯했습니다.
갑자기 저쪽에 꼬마 하인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하인츠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살그머니 모퉁이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하인츠는 누구 못지않게 용감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러나 곧 까닭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맞은편 큰길에 있는 집 2층 창문이 소리 없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하인츠가 그 창문에서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거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전차는 하인츠가 연 창문 밑에 가까이 서 있었습니다.
해적들은 머리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갑자기 길모퉁이에서 공격해 오지나 않을까, 하는 일만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하인츠는 창틀로 기어 올라갔습니다. 나는 숨을 죽였습니다. 갑자기 하인츠가 전차 지붕으로 훌쩍 뛰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엉금엉금 전차 앞까지 기어가 원숭이처럼 전차 끝에 매달려 한동안 흔들거리다가 훌쩍 운전대 옆에 뛰어내렸습니다.
해적들은 넋을 잃고 하인츠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해적들이 정신 차릴 틈도 없이 하인츠는 수동 브레이크를 잡고 전차를 출발시켰습니다. 전차는 천천히 뒤로 움직이더니 점점 속도를 더하여 가파른 언덕을 달려 내려갔습니다. 하인츠의 작전은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해적들은 화가 나서 아우성치며 전차를 쫓아갔습니다. 나는 숨어 있던 길모퉁이에서 뛰어나가 소리쳤습니다.
“저것 봐! 저것 봐!”
방위대원들은 나를 둘러싸고 놀라 멍하니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달려가는 전차를 바라보았습니다. 전차 속도는 차츰 느려지더니 이윽고 콜레루스하임 거리에서 멈추었습니다. 그 사이에 오스칼이 맨 먼저 전차로 달려가 욕설을 퍼부으며 꼬마 하인츠에게 덤벼들었습니다. 그는 하인츠의 배를 후려쳤습니다. 하인츠는 운전대에서 길바닥으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몇 명의 해적이 그 위에 덮쳤습니다.
그 때 토마스가 쏜살같이 큰길을 달려가 앞을 가로막는 세 적을 쓰러뜨리고 하인츠를 덮치고 있는 적을 끌어내렸습니다. 곧 불붙은 듯한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나를 따르라!”
나는 크게 외치며 방위대원들과 함께 토마스를 도와주러 달려갔습니다. 우리들의 공격이 굉장히 빨랐으므로 해적들은 전차를 차지할 틈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해적들이 미처 모이기 전에 전차를 차지했습니다. 우리는 재빨리 감자를 집어 들고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적이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줄곧 감자를 던지며 적을 쫓아갔습니다.
해적들은 황금 피리관으로 들어가 숨으려 했으나 그것은 큰 잘못이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이 감자를 집어던지고 빗자루와 깔개 등을 휘두르며 해적들에게 덤벼들었던 것입니다. 전에 해적이었던 여자 아이들이 더욱 눈부신 활동을 했습니다.
싸움은 끝났습니다. 해적들은 완전히 지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포로가 되거나 달아났습니다. 윌리 한네스는 항복하여 방위대원들의 감시를 받고 있었습니다. 오스칼은 싸움에 진 것을 알자 재빨리 달아나려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토마스가 달아나려던 오스칼을 붙잡았던 것입니다. 오스칼은 우두머리답게 용감히 싸우려 했습니다. 이리하여 둘이서 마지막 결투를 벌였습니다.
결투가 벌어진 곳은 염소 광장 한가운데였습니다. 틴페틸의 아이들은 토마스와 오스칼을 둘러싸고 잔뜩 긴장하여 싸움을 지켜보았습니다. 오스칼이 먼저 토마스를 때려 넘어뜨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렇게 약하지 않았습니다. 토마스는 덤벼들어오는 것을 살짝 피하더니 번개 같이 오스칼에게 주먹을 먹였습니다.
오스칼의 얼굴이 시뻘겋게 부어올랐습니다. 그는 미친 듯이 날뛰었습니다. 그러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오스칼은 머리를 숙이고 토마스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토마스가 재빨리 뒤로 물러서자 오스칼은 앞으로 고꾸라졌습니다. 토마스가 얼른 그의 등에 올라타 꼼짝도 못하게 내리 눌렀습니다.
아이들은 좋아서 껑충껑충 뛰며 소리 질렀습니다.
“만세! 토마스가 이겼다!”
오스칼은 손발을 버둥거렸으나 토마스는 무쇠처럼 단단히 그를 내리누르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오스칼은 항복하고 말았습니다. 토마스는 벌떡 일어나서 명령했습니다.
“맥스! 프리츠! 이 녀석을 포로로 해라!”
맥스와 프리츠가 달려와 오스칼의 뒷덜미를 잡았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놀려댔습니다.
“야, 졌구나! 졌어!”
해적단 우두머리는 고개를 수그리고 서 있었습니다. 오스칼은 방위대원들에게 이끌려 한네스와 윌리와 함께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습니다.
갑자기 토마스가 소리 질렀습니다.
“아차, 하인츠를 깜박 잊고 있었군!”
우리는 얼른 큰 길로 달려갔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꼬마 하인츠는 전차 옆길 위에 누워 꼼짝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마리안느와 뚱보 파울이 하인츠 옆에 쭈그려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정신없이 달려가 마리안느에게 물었습니다.
“어떠니, 하인츠는?”
마리안느가 슬픈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기절한 것 같다고 속삭였습니다. 그 하인츠가 눈을 번쩍 뜨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발이 굉장히 아파!”
토마스가 하인츠의 구두를 벗겼습니다. 발목이 많이 부어 있었습니다. 토마스가 가엾다는 듯이 중얼거렸습니다.
“삐었구나!”
우리는 그제야 마음 놓았습니다. 삐었다면 그리 큰 상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많은 아이들이 몰려왔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걱정스러운 눈으로 꼬마 하인츠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인츠는 불안한 모습으로 마리안느에게 안겨 있었습니다.
나는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너는 정말 용감했어, 하인츠!”
꼬마 하인츠가 대답했습니다.
“고마워!”
뚱보 파울이 말했습니다.
“하인츠에게 사과를 하나 줘야 해.”
마리안느가 재빨리 말을 이었습니다.
“물론이지. 자, 내가 너를 간호해 줄게.”
토마스와 나는 양쪽에서 하인츠의 팔을 끼고 천천히 염소 광장을 가로질러 교회 거리로 데려갔습니다. 길가에 서 있던 아이들이 우리가 지나가자 모두 박수를 쳤습니다.
에르너가 황금 피리관으로 달려가 초콜릿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마리안느가 초콜릿을 하인츠에게 내밀었습니다.
“자, 이걸 먹으면 다리가 좀 덜 아플 거야!”
하인츠는 두 눈을 빛내며 큰 초콜릿을 받아들고 다시 우리와 함께 절름거리며 걸어갔습니다.
염소 광장은 무척 지저분했습니다. 여기저기에 감자가 뒹굴고 있고 성 마태 상도 그 때까지 크레인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소화전 옆에 호스가 그대로 있고 광장 한 부분은 물투성이였습니다. 부러진 몽둥이가 땅바닥에 널려 있고 찢어진 웃옷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우체국 앞에 로테가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읍사무소도 텅 비고 경비원들은 모두 제자리에 없었습니다. 황금 피리관에서 나온 여자 아이들이 염소 광장 여기저기에 모여서 떠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토마스는 걸음을 멈추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아이들은 모두 흩어져서 꿀벌 떼처럼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