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오'와 '아니요' 둘 중에 어느 쪽이 바른 표현일까?
다음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시오.
위 문장은 틀린 문장이다. '아니요'가 맞다.
대답을 할 때 긍정 또는 부정을 나타내는
'예'
와 '
아니'는 모두
감탄사다. 감탄사 '예'는 그 자체로 존대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감탄사 '아니'는 그렇지 않으므로 해요체의 존대 표시 보조사 '요'가 덧붙여져 '아니요'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아니'는 감탄사지만, '아니다'는 형용사다. 다음 문장을 보자.
너는 이나영의 애인이 아니다.
위 문장을 '하오체'로 바꿔보자.
당신은 이나영의 애인이 아니오.
여기서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 '아니'에 하오체 종결 어미 '-오'가 합쳐진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니요'는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단답식 감탄사의 해요체 변형이고
'아니오'는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형용사의 하오체 어미활용이다.
따라서 '아니요'와 '아니오'의 쓰임을 분별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사용되는 상황에서 어떤 존대법을 사용하는가이다.
1) '아니요'가 사용되는 경우
- 다음 질문에 '예 또는 아니요'로 대답하시오. (해요체 대답 선택 제시)
- 밥 먹었니? / 아니요, 안 먹었어요. (반말체 질문에 해요체 대답)
- 너 김태희랑 사귀니? / 아니요. (반말체 질문에 해요체 대답)
2) '아니오'가 사용되는 경우
- 예약하시겠습니까? / 아니오, 그냥 가겠소. (합쇼체 질문에 하오체 대답)
- 당신이 범인이오? / 나는 범인이 아니오. (하오체 질문에 하오체 대답)
위의 2)에서 문장 전체의 통일성에 유의하라.
a) 예약하시겠습니까? / 아니요, 그냥 가겠어요. (자연스런 표현)
b) 예약하시겠습니까? / 아니오, 그냥 가겠소. (자연스런 표현)
c) 예약하시겠습니까? / 아니요, 그냥 가겠소. (어색한 표현)
d) 예약하시겠습니까? / 아니오, 그냥 가겠어요. (어색한 표현)
c)는 '해요체(아니요)+하오체(가겠소)'이고 d)는 '하오체(아니오)+해요체(가겠어요)'가 되어 어색한 문장이 되었다.
전체 상황을 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갑 : 니가 때렸냐?
을 : 아니요.
위와 같이 '아니요'가 자연스러운 대화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아니오'가 사용될 수도 있다.
갑은 침 좀 뱉고 다니는 불량배다. 친구 병은 갑을 골려줄 심산으로 그의 머리를 쥐어박은 다음 인파 속으로 숨어버렸다. 공교롭게도 그 옆을 지나가던 한 중년신사 을의 눈이 갑의 시선과 마주쳤다.
갑 : 니가 때렸냐?
을 : 아니오.
갑 : 너 아니면 누가 있어!?
을 : 젊은 양반, 진정하시오. 맹세코 내가 때린 게 아니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아니요'는 비격식체인 동시에 존대의 특질이 약한 관계나 상황에서 사용되지만, '아니오'는 그 반대이다.
MS사의 운영체제인 윈도의 대화창은 '예 / 아니오'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틀린 표기다.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하오체'로 존대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예'와 '아니오'는 존대의 格면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오'를 굳이 쓰고 싶다면 그 왼쪽에 있는 '예'를 '그렇소'로 바꿔야 할 것이다. (거의 코미디 같은 상황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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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오'를 쓰려면 아예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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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래아한글'의 '예/아니요'가 틀린 문법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여러분들도 알게 모르게 '예/아니오' 대화창에 길들여져 있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윈도 덕에 전국민이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틀린 문법. 일개 프로그램이 한 나라의 맞춤법 규정까지 바꿔버릴 판이다.
덧.
'아니요'의 줄임말은 '아뇨'다.
교사 : 숙제 해왔니?
학생 : 아뇨.(= 아니요.)
한 줄 요약
'하오체'로 대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일단 '아니요(아뇨)'라고 쓰는 게 맞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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