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주제이므로 저는 끼어들 의향이 별로 없습니다만, 조선일보식의 '말 살짝 바꾸기'나 '앞뒤 문맥 잘라먹고 비약하기'가 횡행할 조짐이 보여 몇 자 적어놓습니다.
1) 말 살짝 바꾸기
모 블로그에서 '블로그 대다수가 쓰레기란 말이냐' 하고 흥분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분의 화를 촉발시킨 글이
'이어령, 디지로그로 다시 만나다'
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이 글 본문에는 '블로그'가 아니라 '로그'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래에서 볼 인용글에서도 '블로그 글'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구분을 명확히 하고 있죠. 이 차이가 갖는 의미를 아시리라 믿습니다.
2) 앞뒤 문맥 잘라먹고 비약하기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전혀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로그의 90%가 쓰레기'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엄한 블로거들 앞에서 "당신네들의 로그의 90%가 쓰레기야" 라고 비아냥 거린다면 무뢰한이 따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블루문 님이 그 발언을 하게 된 문맥을 봅시다.
과거 몇 번에 걸쳐 대부분의 블로그 글은 쓰레기라고 이야기했다.
이 표현에 발끈한 사람들은 자기 개인적 입장에서 이해를 했기 때문이다. 이 표현은
고전적 인터넷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콘텐트를 비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의 관점에서 대부분의 블로그 글은 쓰레기다. 그러나 이 표현을 접한 많은 블로거들이 발끈하며 화를 냈다, '내가 쓴 글이 쓰레기란 소리냐?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 그럼 이런 표현은 어떤가? '많은 홈페이지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인터넷에 쏟아 내고 있다' 8년 전에 나왔던 이야기다.
이 글을 읽고 발끈하여 화를 낸 홈페이지 운영자는 별로 없었다. 반면 '미니홈피의 글은 쓰레기다', '블로그의 글은 쓰레기다'라고 표현하면
꽤 많은 사람들(개인)이 화를 낸다. 자신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과거와 변화된 환경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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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와 기자 / 아스피린 하우스
'쓰레기'라는 표현은 모든 블로그의 전체 로그를 잠재적 컨텐츠로 이해하고 상업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한 편견없는 가치평가입니다. 따라서 '너는 얼마나 잘났길래!' 라고 흥분하며 되묻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존재적/주관적 시점의 층위와 목적적/객관적 시점의 층위를 혼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열심히 그려간 그림이 학교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아왔다고 해서, 부모가 미술 선생을 찾아가 '너는 얼마나 잘났길래!' 하고 따지는 꼴이지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야 소중하지 않은 글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분류를 하기 시작할 때 분류 주체에게 있어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모든 로그들은 무가치한 것이 됩니다.
예 하나를 들고 글을 맺겠습니다.
강의실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을 한 여학생 하나가 강의실 문을 열고 빼꼼이 안을 들여다 봅니다. 강의실 안에는 모르는 남학생이 앉아 있습니다. 이 여학생, 시계를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어, 왜 아무도 없지?"
그 순간 앉아 있던 남학생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와 여학생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습니다. 그는 분노에 휩싸인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습니다. "아무도 없다니! 나는 사람도 아니냐?"
어이가 없는 반응이죠? 저도 어이가 없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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