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 직전 영화 선택에 참고하기 위해 둘러본 각종 영화 관련 누리집에서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한결 같았다.
"수면제가 따로 없었다."
"돈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인생 최악의 영화였다."
네이버 영화평점 3.45 (10점 만점)
평가가 이럴진대 무슨 고민의 여지가 있겠는가. 미련없이 고민 목록에서 지우고 다른 영화를 예매했었다. 그것이 큰 오판임을 깨달은 건 한참 뒤의 일이다. 저 때깔 좋은 포스터와 스크린샷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었으면 저런 혹평이 쏟아질까 궁금하기 그지 없었다. '귀신이 없다'를 보았을 때의 그 느낌, 눈이 썩어들어가는 듯한 괴로움을 각오하고 이 영화를 감상했던 것이다.
그리곤 역시 영화 풀(Pool) 확보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되었다. 취향이란 사람마다 그 차이가 천양지차라 어떤 이에겐 최고의 영화가 다른 이에겐 최악의 영화일 수 있고,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중평(衆評)이란, 대상을 맛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100퍼센트 반영하는 시금석이 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따라서 '무식한 평균'에 불과한 중평 보다는 개개인의 취향에 부합한 평가 하나 하나를 찾아 귀담아 듣는 것이 보다 지혜로운 방법이며, 이러한 취향의 부합을 찾아내기 위해 각각의 선호 영화 풀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호불호가 분명하게 내려지는 영화들의 평가를 이 사이트에 꼬박꼬박 올리는 것도 전체적인 영화평의 흐름 속에서 독자들이 리디가 좋아하는 영화가 정말 내게도 좋게 느껴질 수 있을까를 고려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어쨌든 '포가튼'은 별 네 개를 주기에 전혀 아깝지 않은 영화다. 엑스파일과 같이, 눈 앞에서 핏자국을 뿌려주지 않아도,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하지 않아도, 단지 그 분위기만으로도 상황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영상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맘에 들어할 그런 영화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는 소위 '반전영화'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반전영화'다. (이 단어 자체로 스포일러가 되므로 공백처리)
주의할 것은 초반 25분은 주인공으로 인한 상당한 짜증의 압박이 있으며, 이를 잘 감내한 사람은 35분을 넘어서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사실 이 선물만으로도 포가튼을 감상할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장면이다. 그 외에 엑스파일 류 작품을 선호하는 분들이 즐거이 볼만한 장면들이 몇 군데 있다.
혹자는 이 영화를 가리켜 '관객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결말로 인해 잘 된 영화 한 편을 망친 케이스'라고 폄하하였으나, 글쎄.... 그럼 엑스파일은 무슨 말이 되어서 매니아들의 인기를 얻는 건 아니잖은가. 스토리의 현실성 보다는 스토리를 담아내는 연출과 편집의 유려함에 집중한다면 보다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DVD 서플에는 극장판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 담긴 촬영분이 있다. 영화 전체의 호흡을 방해한다고 생각되어 편집, 재촬영 된 것으로 보이는데, 적절한 판단인 듯 하다. 내가 연출과 편집의 유려함을 칭찬한 것도 이런 데에 있다. 소재와 배우만 있으면 일단 연출과 편집은 꿔다논 보릿자루 취급하는 한국 영화감독들이 절치부심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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