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10일) 대법원 견학을 다녀왔다. 강당에서 홍보영상을 상영하기 앞서 법원행정처 직원의 소개말이 있었다. 소개말 말미에 직원은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덧붙였다.
"저.... 너무 기대는 하지마시고요. 약소하지만 기념품이 있거든요."
그 기념품을 받아들고서야 얼굴을 붉힌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법원청사견학기념'이라고 큼지막하게 인쇄된 플라스틱 자.
정말 80년대 이후론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의 엽서 한 장.
후훗..... 쪽 팔렸던 게지.
기념품의 핵심은 그걸 들고 돌아가서
'사람들한테 자랑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다. 유치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자랑할 만한 가치는 기념품 제공자의 이름가치 때문일 수도 있고 기념품 자체의 가치 때문일 수도 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다녀오면서 로고가 박힌 종이 쪼가리 하나만 들고와도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초중딩(고딩도????) 정도라면 학교에서 '이야~' 소리 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두 가지가 잘 섞인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JAL을 타고 훗카이도를 다녀오며 기내 기념품으로 일제 볼펜을 받아온 경우가 그렇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내가 중학교 다닐 때 JAL 로고가 선명한 독특한 디자인의 볼펜 한 개를 놓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이야 이야 거렸던 기억이 난다. 기념품이란 마땅히 그래야 된다.
다시, 대법원으로 돌아가서..... 이건 민망을 넘어 참담하지 않은가? 이 자를 학교에 들고 갔다간 당장에 아이들의 놀림감이 될 것이다. 요즘 자 이쁜 게 얼마나 많으냔 말이다. 내가 행정처장이었다면 차라리 좀더 실용성이 있거나 고가의 물품으로 대체할 것이다. 예산 문제는 어떡할 거냐고? 돈들여서 이미지 깎아 먹는 것보단 낫지 않나. 예산 걱정할 깜냥이 있었으면 차라리 기념품을 안주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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