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랜스포머>는 ‘엉성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이 돋보인다’, <디워>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에도 불구하고 단조로운 스토리가 문제’. 같은 사람이 쓴 글이다. 무원칙은 또 있다.
심형래를 키타노 다케시에 비교했다. 같은 코미디언이지만 만드는 영화의 장르가 전혀 다른데. 굳이 비교해 욕하고 싶다면 스필버그나 마이클 베이여야 하지 않을까. 민족주의도 그렇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치며 “한국영화니까 봐줘야 한다”고 소리치던 제작자가 아닌가.
한 신문은 개봉 6일만에 <디워>가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자 ‘바보영구의 민족주의적 인간승리’ ‘평단과 언론의 한결 같은 저평가 속에 이뤄진 것이라 더욱 눈길’ ‘노골적인 애국심 호소가 가장 큰 흥행 요인’ 이라고 주장했다. 무섭다. 자신의 잣대를 세상 잣대로 착각하는 것이며, 관객을 전부 바보로 여기는 것이며, 작품 속에서 흥행요소를 찾아보려고 조차 하지않는 태도하며. 어쩌면 이렇게 어디와 닮았을까.
- 심형래가 아는 한 명 뿐인 기자의 생각 |
아프간 이야기를 하며, 그들은 그저 하나님이, 예수가, 기독교가 싫은 거다, 그래서 그저 증오할 뿐이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라도놈들은 싫어! 경상도놈들은 싫어! 이유야 뭐든 갖다 붙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예요. 그저 그들은 디워가 싫은 겁니다. 고아하신 품평가들께서는 네티즌의 파시즘을 이야기하고 있사오나, 네티즌의 파시즘만큼이나 무서운 것은 자각하지 못하는 오만과 폭력이요, 절대선을 자부하는 숨은 파시즘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따뚜이라는 영화에서 평론의 대상을 그저 찌르고 자르고 해부하고 정복하는 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품평가가 등장합니다. 현상세계에서 그와 동일한 모습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가 않네요.
덧1. 본문 중 트랜스포머와의 비교는 제가 참말로 하고 싶었던 얘기입니다. 스토리가 엉성해서 디워가 쓰레기라면, 트랜스포머도 쓰레기지요. 쓰레기를 쓰레기라 부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일관성입니다.
덧2. 진중권씨가 '빛이 번쩍 하더니 그많은 군대가 다 쓰러져버리더라'고 비웃던데,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의 궤멸과 함께 잿더미로 변해 땅속으로 꺼져버리던 사우론의 수십만 졸개들은 뭔가요? '반지의 제왕'도 쓰레기인가요? 미이라는 어떻습니까?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스콜피온의 수십만 지옥의 군대가 검은 재로 변해서 사라지는 건 뭔가요? '미이라'도 쓰레기입니까? 이것 역시 쓰레기냐 아니냐의 문제보단 일관성의 문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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