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에서의 사적/경제적 활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즘, 개인정보 보안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이 얼굴을 보면서 악수하고 신분증과 인장으로 다시 확인하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모든 것이 키보드 입력으로 끝나는 시대에는 알량한 숫자와 문자 몇 개가 내 신용 전체를 담보하는 역활을 한다. 그래서 설사 본인의 개인정보를 본인이 요구할 때에라도 거래 상대방은 상당한 신중을 기해 해당 업무를 처리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로그인을 필요로 하는 웹사이트에서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상황을 보자. 일반적으로 기초적이면서도 범용성 있는 개인 정보 중 하나인 '실명'과 '주민번호'를 입력하는 등의 최소요건을 충족하면 가입시 본인이 등록했던 전자우편 주소로 비밀번호를 보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본인임을 확신할 수 없는 상대방이 스스로 본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전자우편 서비스에 로그인하는 검증단계를 거쳐야 하고, 따라서 그것이 개인정보 누출을 막는 하나의 '적절한 보안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보안 수단'은 다양한 형태를 갖는다. 알다시피 비밀번호 첫글자를 알려줌으로써 잊어버린 기억의 환기를 도울 수도 있고, 본인만이 답할 수 있을 개연성 높은 질문을 던짐으로 해서 검증하는 방식 등이 그것이다. 어쨌건 무슨 형태를 띠든 간에 웹사이트는 자신의 회원의 편의성과 개인정보 보안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놓고 필요에 따라 저울질 해가며 적절한 선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다(그래야 한다). 그런데 정말 다들 그렇게 노력하고 있을까?
원래대로 숨기기천만의 말씀이다. 다음 사이트는 지금도 많은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규모도 꽤 되는 곳이다. 비밀번호 찾기를 클릭해 보도록 하자. 이곳은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어떤 검증 장치를 마련해 두었을까?
닉네임(가입할 때 실명을 요구했으나 닉네임을 적었는데도 가입이 되었다. 그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과 주민번호를 적고 '확인'을 눌렀더니.....
세상에.... 로그인 아이디로 사용하는 전자우편 주소와 비밀번호를 덜렁 뱉는다. 할 말을 잃었다. 이름과 주민번호만으로 개인정보를 모조리 노출시켜 버리는 이 사이트의 보안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민번호라는 것이 자기자신만 암기하고 있는 비밀번호 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다못해 친구 지갑을 슬며시 열어봐도 각종 신분증에 보시게~하고 적혀 있는 것이 주민번호 아닌가. 그럼에도 주민번호를 본인 검증을 위한 최후 보루로 선택했다는 건 정말 상식밖이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밀번호를 유형화해서 사용하거나 아예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한다. 즉, 4자리를 요구하는 은행통장 비밀번호와 신용카드 비밀번호가 같은 사람이 많고, 갑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을 사이트에서도 똑같이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러므로 한 개의 사이트에서 허술하게 노출된 비밀번호는 다른 사이트 및 각종 개인금융거래에 그대로 악용될 소지를 낳는다.
저 사실을 알자마자 해당 웹사이트 서비스에서 바로 탈퇴했다. 고객의 개인정보 알기를 발에 채이는 돌멩이 정도로 아는 이들에게 어찌 내 정보를 맡길 수 있겠나? 여러분들이 가입한 사이트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체크해보기 바란다. 세상이 다 우리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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