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드 로 주연의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 소련군 선전장교 다닐로프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웅입니다. 모든 국민과 병사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본보기를 제시해야 합니다."
글을 쓰는데 서두에 위와 같이 적어 놓고 보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 누리그물이 없었다면 저 세 문장도 적을 수가 없었을 게다. 다닐로프 라는 등장인물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검색을 해서 알아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고의 대상에 대해 정색을 하거나 오랜 기간 이어지는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왔던 사람들만이 적을 수 있었던 글들이 누리그물이라는 또다른 형태의 보조기억장치를 통해 쉽게 양산된다. 나 같은 사람도 그렇게나마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지만, 그것을 자신의 지성과 지식으로 가장하는 것은 또 한심한 일이고, 그것을 분별하지 못한 채 소경의 손에 이끌리듯 정처없이 따라가는 또다른 소경의 모습 또한 가련한 일이다.
값싼 물만 넘치도록 흐르는 이 정신없는 패킷들의 강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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