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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차인 지난 9일 오후 여행을 중단하고 인천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알려드립니다.
일행 중 한 명(지영)의 자전거가 정비불량 때문에 첫날부터 계속해서 말썽을 일으켰고, 그때문에 초반 일정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마산/창원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고, 때문에 국도가 끊겨 우회하느라 2일차까지 마산에 진입도 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비가 내리자 믿었던 덩열 군까지도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었습니다. 저는 그가 좀처럼 속력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6kg이 넘는 텐트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제 자전거에 싣겠다고 했지만, 덩열군이 한사코 고집을 부린 탓에 감정이 적잖이 상하기도 했고요. (속력도 못내면서 웬 고집이냐, 이 인간아...-_-^ 결국 내가 싣고나니 너 빨라졌잖냐, 응?!)
15일까지 여행은 끝나야 하는데 달린 거리는 지지부진하고..... 결국 2일차 밤에 "내일까지 남해에 못가면 제주도는 없던 얘기로 한다"고 협박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친구들에게 무척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윽박지를 필요는 없었는데.....)
결국 그 협박이 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3일차 마산에서 빠져나가는 국도(2번, 14번 국도 합류 구간)는 갓길도 없고 덤프트럭이 쉴새 없이 지나다니는 위험한 도로였습니다. 셋 중에서 가장 운전이 미숙했던 지영이가 거기에서 무리하게 속력을 내어 달리다가 전복사고를 당했습니다. 제가 바로 뒤따르고 있었는데 트럭들이 어찌어찌 하여 급정거를 하지 못했다면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왼쪽 다리에 심한 열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그를 병원에 데려가 응급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행을 중단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덩열 군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 자전거여행을 하기 힘들다며 민박 위주의 여행을 하기 위해 최소한의 짐만을 꾸려 다시 출발했습니다. 저는 계속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지영이 녀석을 끌고 진주에서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속이 어찌나 쓰린지 며칠동안 계속 여행 생각만 났습니다. 제가 그동안 '없다'고 생각해왔던 '존재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하게 쓰겠습니다.
오늘 덩열 군은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서른을 앞둔 그의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기를 기도했습니다. 저는 올해 계획 그대로 내년에 혼자 다시 출발할 겁니다. 걱정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마음,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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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모름] 지하철 그녀의 시선](http://reedyfox.com/bbs/icon/member_image_box/1/subway1.jpg){kind=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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