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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빌 머레이는 앤디 맥도웰의 환심을 사기 위해 눈물 겨운 자기 PR 작업을 벌이지만 끝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그런데 정작 잡생각을 버리고 주변 사람들을 성심으로 대하게 되자 그에 대한 칭찬이 자연스레 앤디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 앤디가 빌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렇듯 스스로 하는 칭찬은 그 실효도 의심스럽거니와, 그 정도가 과할 때는 도리어 칭찬하는 내용의 신빙성에 대한 의심까지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어젠가 썬글래스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발견한 지식즐 내용에서 '이름난 브랜드 썬글래스를 하나 봐뒀는데, 자외선 차단 지수가 안나와 있어 품질이 걱정된다'는 글을 읽었다. 거기에 달린 답변은, '자외선 차단 기능은 썬글래스로서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고가의 브랜드 썬글래스를 판매할 때는 그런 내용을 주된 홍보 문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오히려 품질이 열악한 제품일 수록 당연한 기능을 대단한 것처럼 부풀려 선전하기 마련'이라고 답변자는 말을 맺었다.
액면 그대로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답변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다들 어느 정도 공감을 하리라 생각한다. 번쩍번쩍하는 배너나 원색의 홍보 문구로 도배되다시피한 쇼핑몰이나 상품을 접하면 일단 미덥지 못해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자화자찬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은 것은, 오늘 영화관에서 본 영화 <더 독>의 예고편 때문이다. 이연걸 주연인 이 영화의 예고편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모건 프리먼을 '세계가 인정한 배우'라는 낯간지러운 멘트로 상당히 띄워주었다. 배급하는 입장에서는 동양 영화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헐리우드 주류 배우인 모건 프리먼을 내세워 관객들의 인지도를 높여보려는 의도였겠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그것, '민망한 자화자찬'과 다름없었다.
차라리 이연걸 띄우는 멘트로 도배를 해버리고 모건 프리먼은 영상에 묻어 흘려보냈으면 어땠을까? 프리먼을 모르는 영화팬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고, 설사 그를 모르는 관객이 있다손 치더라도 '세계가 인정한 배우'라는 창의력 빵점 문구로 강하게 이끌릴 가능성은 전무하다 생각한다. 남을 통해 어떤 사람의 칭찬을 들었을 때, 아무 내색 않고 묵묵히 자시 할 일을 하는 그 사람 모습이 멋져 보이는 것처럼, 별 대단치 않는 배역인 듯 예고편에서 묻어가던 유명 배우가 떡 하니 등장할 때 그 영화는 한결 '있어 보일 것 같'은데......
(별 쓸데 없는 생각을 다하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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