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배운 몇 안되는(;;;) 유익한 것들 중에 하나가 '이면지 귀한 줄'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알다시피 군대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물자는 보급에 의존하는데 할당된 양을 다 쓰고 나면 어떻게 해서라도 자체적으로 해결을 해야된다.
대부분의 비대 행정조직에서 그러하듯이 군대에서 사용되는 서류의 종류나 양은 상당하다. 보급받은 A4용지로는 필요량에 대기에 역부족이다. 그러니 이면지의 가치가 양면지 못지 않은 건 당연한 사실. 실제로 모든 행정서류는 양면지/이면지를 가리지 않고 작성된다. (아마 일반 기업체에서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군대가기 전에는 이면지 귀한 줄을 몰랐다. 가까운 대학 도서관 같은 곳에 가보면, 무인 복사기 옆에는 버려지는 이면지들로 가득하다. 레포트에 이면지 쓰는 학생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강의안/복사자료/출력자료 모두 새 종이를 사용한다.
이런 데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이면지로 프린팅을 하면 일단 앞뒤 구분이 안되니 말이다. 그래서 있는 게 바로
'이면지 활용' 고무인이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이면지 활용' 고무인과 스탬프가 어제 도착했다. 모아 두었던 몇 백장 분량의 이면지에 '이면지 활용' 고무인을 찍고 나니 가슴이 뿌듯하다.
(사실 행정병들은 기분이 꿀꿀할 때면 '이면지 활용' 고무인을 찍으면서 이번 저런 생각도 하고 가슴을 가라앉힌다. 기분 전환용으로 그만이다. -_-)=b ) 이번 학기 레포트는 죄 이면지로 제출할 생각이다. 교수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자못 궁금해진다.
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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