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별 다섯 개를 준 영화 <
새벽의 저주
>의 원작 감독이었던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20년 만에(!) 다시 내놓은 좀비 영화가 <랜드 오브 데드>.
기대를 하고 본 것은 아니었다. <새벽의 저주> 원작 감독에 대한 예의 정도?
좀 많다 싶은 하드고어 장면은 로메로 감독의 개성이긴 한데, 20년전(시체 연작 3편은 각각 68년, 79년, 85년 개봉)에는 제작 여건상 그런 류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에 칭찬을 들어 마땅하지만, 지금에서야 워낙 분장이나 특수효과 기법이 발달하다 보니 스크린 상으로 온갖 것들을 보여줄 수 있으므로 우리 로메로 할아버지가 행복한 마음에 마구 찍어넣은... 그런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하드고어 장면들을 하나 하나 잘 뜯어 보면, 뭔가 좀비 영화를 아는 사람이 찍었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도 '좀비 영화'가 아닌, '영화' 자체에 대한 역량면에서는 20년의 더깨가 상당하다. 기본적인 설정상의 헛점이 수두룩 하게 보이는데 - 뭐 이런 것들도 20년 전이었다면야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 하나만 예를 들면, 등장 인물들이 돈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건 설득력이 없다. 인류가 멸절되다시피 한 상태에서 종이 지폐 500만불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통조림 캔 하나가 더 귀한 판인데.
좀비 영화를 애호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관람하며 로메로 감독 님께 공로상 하나 드린다 생각하면 좋을 듯.
덧1. 개인적으로 '똑똑한 좀비' 보다는 '뛰어댕기는 좀비'가 더 무섭다.
덧2. <랜드 오브 데드> 중 최고의 명장면이 하나 있다. 여자의 배꼽 피어싱이 뜯기는 컷이 바로 그것인데, 불과 1~2초에 지나지 않는 그 장면을 보고 온몸이 전율했다.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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