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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01년도에 구입해 3년째 사용해 온 프린터는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MJC-1030i 모델입니다. 그 사이 정품잉크를 구입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합니다. 그 외에 잉크가 떨어질 때면 리필키트를 이용해 충전하여 사용했습니다. 재생잉크나 리필잉크 사용은 프린터의 수명을 단축하고 인쇄품질을 떨어뜨린다고 겁을 주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모두 아시다시피 정품잉크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제품의 경우 흑색/컬러 정품잉크는 각각 4만5천원이며 설사 할인해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다 쳐도 각각 4만원에 합이 8만원입니다. 반면, 리필잉크를 예로 들자면, 3회 충전할 수 있는 흑색 리필키트가 1만5천원이므로 실질적으로 단가는 5천원에 불과하며, 컬러 리필키트도 그보다는 조금 더 비싸지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품잉크와 리필잉크의 구매 단가가 8만원 대 2만원인 시점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후자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저히 리필잉크를 사용할 수 없었는데, 카트리지 헤드가 엉망이 되어버려 도저히 정상적 인쇄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품잉크를 사야 하는 때가 된 것이죠. 그런데 8만원이나 지출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전자 쇼핑몰에 오른 상품들 가운데 롯데 캐논의 저가형 모델 중 하나가 신품 6만2천원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망설임 없이 구매했습니다. 웃음이 나오더군요. 잉크 카트리지를 살 돈으로 프린터를 한 대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조금 시끄럽다는 점 빼고는 조금 더 고급기종이었던 삼성 프린터보다 기능면 디자인면에서 훨씬 낫습니다.)
이 기묘한 가격 정책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마치 "자동차 본체 5백만원, 타이어 별도 1천만원" 하는 것처럼 잉크가 프린터보다 비싼 가격은 터무니 없게만 들립니다. 말마따나 정품잉크가 프린터의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할지언정 차라리 리필잉크를 구입해 절약한 돈으로 새 프린터를 사는 게 싸게 치인다면 수명 연장이 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자사 프린터에 소용되는 잉크 카트리지는 사실상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 그저 돈 먹는 기계를 싸게 보급해 놓고 갈퀴로 돈을 긁어들이겠다는 속셈이 아닐런지요.
더욱이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잉크 카트리지의 높은 가격에는 기술적 문제 혹은 기술 정책도 한 몫을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구입한 롯데 캐논 제품은 사용했던 삼성 제품과 달리 헤드와 잉크 카트리지가 분리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품 잉크 카트리지 가격이 흑색과 컬러 각각 8천원, 1만5천원에 불과합니다. 카트리지 크기가 절반가량인 소용량이라는 점을 감안해 두 배의 가격을 상정한다 해도 1만6천원, 3만원에 불과하므로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합니다.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부추기고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프린터 메이커들의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은 언제쯤 바뀔런지요. 자신이 당선되면 집값을 껌값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모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자 껌값을 5천만원으로 올려버렸다는 우스개처럼, 이런 말을 한다는 이유로 도리어 잉크 가격은 그대로 두고 프린터 가격만 곱절로 올려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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